영화는 영화다

애자(2009.10.02)

비단구두 2009. 11. 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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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자 ★★★ - 철호랑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대한민국 대표 청춘막장 스물 아홉 박애자! 해병대도 못잡는 그녀를 잡는 단 한 사람, 인생끝물 쉰 아홉 최영희!

  고등학교 시절 ‘부산의 톨스토이’로 이름을 날렸던 박애자. 소설가의 꿈을 품고 서울로 상경했지만 고리짝적 지방신문 당선 경력과 바람둥이 남자친구, 산더미 같은 빚만 남은 스물 아홉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갑갑한 상황에서도 깡다구 하나는 죽지 않은 그녀의 유일무이한 적수는 바로 엄마 영희!

  눈만 뜨면 ‘소설 써서 빤스 한 장이라도 사봤나!’고 구박하는 엄마에게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던 애자는 오빠의 결혼식에서 상상초월의(?) 이벤트를 벌이고, 결혼식은 아수라장이 된다. 통쾌한 복수를 마치고 콧노래를 부르며 귀가하던 그녀에게 영희가 쓰러졌다는 연락이 오고, 병원으로 달려간 그녀에겐 더욱 놀랄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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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는 거, 열정적인 거, 엄마랑 싸우는 거, 그 나이 먹도록 속 없는 거, 그리고 그게 세상과 정직하게 맞짱뜨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거, 타협하는 건 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애자를 보면서 내 친구 혜경이를 떠올렸다. 나도 엄마랑 싸우는 게 아직도 일이지만, 그무렵까지 혜경이는 완전히 애자처럼 살았다. 아니 더 순수하고 철없었다. 그래서, 나는 사실 애자가 더 밀어부치지 못했던 게 아쉽다. 최강희라는 배우는 세상에 대한 생각이 예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지만, 애자로서는 2%가 부족했다. '예쁘게 보이지 않으려 했다, 더 이상 어려보이지 않으려했다'라는 말을 했다는데, 화면 속 애자는 망가져도 예뻤다. 더 망가져서 더 끝까지 밀려서 어른이 될 수밖에 없음을, 스물아홉의 방황을 끝내야 함을 좀 더 절실하게 보여줬으면 좋았을 걸. 최강희가 너무 예뻤거나, 영화가 예뻤거나 둘 중 하날거다. 암튼, 나에겐 좀 아쉬웠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