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1. 맑게 갠 하늘, 쨍쨍한 볕이라도 오늘은 좋아~
* 오늘 나는!
* 선혜영언니와 창평 슬로시티(이름이 참 어색하다 - '느린 게 좋은 마을'이라고 하고 싶다)를 걸었고 / 곽경자 샘의 멘토르에 가서 몸에 좋은 고기보쌈을 먹었으며(고기보쌈 올해 처음일 듯) / 첫 제자 기전이를 만나 커피와 맥주와 산책을 함께 했으며 / 퍼즐 한 면 맞추기에 성공했다
* 디자이너님 휴무라 오늘도 머리를 자르지 못했고 / 기분 좋은 이를 만난 기쁨에 저녁을 적게 먹겠다는 약속을 깼다 ㅋ
오늘은 정말이지 소중한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꽉 차는 하루였다.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소심하고 까탈스럽고 쿨하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놓지 못하는, 닮은꼴 선혜영 언니와 서른을 넘기면서 사람들에게서 받는 상처에 대해 속시원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오래된 한옥과 돌담들 사이를 걸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보니 옹졸한 나도 그냥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 파묻힐 순간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그리고 지난 겨울에 보고 오랜만에 본 내 첫 제자 기전이, 힙합을 추는 신부님이 되겠다던 그 당당했던 꿈을 이뤄가고 있는 모습이 참 멋졌다. 자신을 항상 가다듬고 절제해야 하는 신학대학에서 또 한 차례 성경을 완독하면서 그냥 믿음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고 납득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최근에는 철학이 자꾸 좋아진다는, 그러면서도 음악과 춤을 놓을 수 없다는 이런 멋진 녀석이 내 제자라는 게 기쁘다. 언젠가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고, 괜찮은 뮤지션을 만들고 싶다는 녀석의 꿈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땐 나도,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고 내가 만든 노래 하나, 시집 하나쯤 있었으면.
내 옆에 오래 있어 주는 사람들이 참 고맙다. 나도 그들 옆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사람이기 위해서 멋지게, 즐겁게,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