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잠보! 아프리카
2010.01.19.~20. 여기도 아프리카?
비단구두
2010. 2. 19. 17:56
아침 5시 좀 넘어서 일어났다. 정리하고 밥. 오늘따라 호밀빵이 너무 맛있어서 아침을 양껏 먹었다. 오늘도 출발시각에서 10분 늦었다고 JT가 가탈이다. 맨 뒷자리 중하 옆에 자리를 잡았으나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자리가 축축. 덕분에 하림 옆에. 감사^^
아침내내 하늘을 만나고 바람을 만나고 시를 읽었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하늘과 시시각각 달리 부는 바람. 바삭한 갓 구운 쿠키 같았다가 아프리카의 백설기 같았다가 파파야로 변하는 바람과 바다를 그대로 데칼코마니 해 놓은 듯한 하늘. 그 속의 우주, 그 속의 나를 만나는 평온한 시간이었다.
중간에 잠깐 뒤로 향하는 자리에 앉았더니 갑자기 멀미 시작. 그나마 점심을 먹고 나니 나아졌지만 그래도 힘들어서 쓰러져 잤다. 그러는 동안 잠비아의 중심부에 도착. 눈을 떴는데 전혀 다른 아프리카가..! 쇼핑센터가 즐비하고 공사장의 인부들까지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도 DSLR을 들고 다니고 패스트푸드에 고급 상점이 펼친 데다 강력 에어컨까지. 이건 상상도 못한.
우리가 가진 말라위 콰차를 잠비아 콰차로 환전하러 내렸는데 돈이 교환이 안된단다..ㅜ 결국 10달러를 잠비아 콰차로 환전, 하루 있을 잠비아에서 돈이 남으면 어쩌나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물가가 장난 아닌. 승달이랑 그렇게나 먹고 싶던 오렌지주스를 먹고 물이랑 스낵 좀 샀는데 돈이 반이 없어졌다. 게다가 맛있어보이는 피자는 20000콰차가 넘는다.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는데 이걸 쓰는 지금도 눈에 아른아른..
숙소에 도착. 6시 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어, 발자국이 크다 싶었더니 이렇게 발목까지 잠길만큼 내릴 줄이야. 내리지도 못하고 메뚜기에서 숙소 예약을 했다. 덕분에 오늘밤은 편하게 도미토리에서 자기는 하지만 이렇게 장마가 쏟아지는 아프리카는 낯설다.
내 자리에 빗물이 들이치는 동안 또 나를 발견한다. 줄줄 새는 비를 막기 위해선 오히려 창을 조금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 하림이 가르쳐준다. 사는 게 참 이렇다. 이만큼만 비우고 포기하면 되는 건데 꽁꽁 닫아두려하니 마음에 비가 들이치는 거다. 아프리카에 와서 참 여러가지를 배운다.
비 때문에 땅이 질척, 엉망인 발로 숙소에 갔다. 지금은 예쁜 승달이가 돈없는 나를 위해 사준 모시와 카슬을 마시고 앉아 일기를 쓰는 중이다. 당구를 치는 모자와 용, TV 속 축구중계에 빠진 JT와 늘, 멍하게 앉은 승달, 그리고 어딘과 언니들.
갑자기 문명 속으로 들어와 버린 어색한 아프리카 안에서 랜턴에 의지에 밥을 먹고 난민처럼 살고 나니 다시 익숙한 아프리카가 맞는 거 같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자리, 술, 좋은 밤.
다음날.
와우, 벌써 20일이다. 오늘은 남지가 일어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오랜만에 따순물로 몸을 깨끗이 씻고 짐바브웨로 출발. 메뚜기에 올랐더니 바로 잠이 쏟아져서 암 생각없이 푹 잤다. 여행이 오래되니 메뚜기 안에서 줄곧 잠이다. 자다 깨서 점심 도시락으로 싸온 감자 샌드위치를 먹고 화장실이 급해 차를 세웠으면 한다 했는데 "조금 있다 세워요."하는 내 말은 어디로 가고 JT가 바로 차를 세웠다. 식구들과 화장실을 가기 위해 길에 내렸는데, 엉덩이를 보이든지 말든지 길가에 쌩쌩 차는 지나가고 비마저 우두둑!!ㅜ 옷 추스리고 메뚜기로 뛰는데 그냥 웃음만 쿡쿡 났다. 그나마 난 거의 젖지 않았지만 나중에 오는 식구들은 비에 절어서.ㅋㅋ!
드디어 잠비아를 지나 짐바브웨로 넘어왔다. 빅폴, 아니 모시오아툰야의 물보라가 출입국 관리소 앞까지 날아온다. 얼마나 모시가 크길래 한참 떨어진 이곳까지 물방울을 날려 우리를 반기는 건지. 출입국 관리소도 여기는 도장 쾅쾅, 무사 통과다.
캠프 사이트에 와서 승달이와 텐트를 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오랜만에 나온 치킨에 약간은 촉촉한 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뒹굴거리다가 승달이랑 따슬이를 데리고 나가 아프리카에서 제일 맛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콘을 사 먹고 돌아와 쉬었다. 문명의 이기가 좋기는 좋구나. 잠깐 쉬다 어딘의 제안으로 맥주를 사러 갔는데 10병에 9.5달러. 병을 갖다주면 6.5달러란다. 재활용이 힘든 아프리카라 병값이 장난 아니다.
실컷 맥주를 마시며 간만의 음악회에 함께 했다. 가고 싶었던 하림의 천변살롱 공연에서 부르는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엄청난 기회! 풍각쟁이같은 개화기부터 1940년대의 흘러간 노래들을 하림의 목소리로 들었는데 참 재치있고 흥겹고 소박한 노래들이었다. 그 때의 풍경들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참 좋았다. 하야리 하야~ 인력거 소리 같은. 그리고 갑작스레 나도 노래 한 자락. 사랑가부터 창부타령..ㅋ 그리고 하림의 단소소리가 이어졌다. 아프리카인지, 우리나라인지, 몇 년대인지 알 수 없는 시공의 만남 속에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 좋은 밤이 이어졌다. 우리 머리 위에 뜬 별이 그 때 빛나던 별이었을지 어떨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도란도란 어딘선가 들려오는 소리들을 들으며.
아침내내 하늘을 만나고 바람을 만나고 시를 읽었다.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 하늘과 시시각각 달리 부는 바람. 바삭한 갓 구운 쿠키 같았다가 아프리카의 백설기 같았다가 파파야로 변하는 바람과 바다를 그대로 데칼코마니 해 놓은 듯한 하늘. 그 속의 우주, 그 속의 나를 만나는 평온한 시간이었다.
중간에 잠깐 뒤로 향하는 자리에 앉았더니 갑자기 멀미 시작. 그나마 점심을 먹고 나니 나아졌지만 그래도 힘들어서 쓰러져 잤다. 그러는 동안 잠비아의 중심부에 도착. 눈을 떴는데 전혀 다른 아프리카가..! 쇼핑센터가 즐비하고 공사장의 인부들까지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도 DSLR을 들고 다니고 패스트푸드에 고급 상점이 펼친 데다 강력 에어컨까지. 이건 상상도 못한.
우리가 가진 말라위 콰차를 잠비아 콰차로 환전하러 내렸는데 돈이 교환이 안된단다..ㅜ 결국 10달러를 잠비아 콰차로 환전, 하루 있을 잠비아에서 돈이 남으면 어쩌나 했더니 아니나다를까 물가가 장난 아닌. 승달이랑 그렇게나 먹고 싶던 오렌지주스를 먹고 물이랑 스낵 좀 샀는데 돈이 반이 없어졌다. 게다가 맛있어보이는 피자는 20000콰차가 넘는다.ㅜ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는데 이걸 쓰는 지금도 눈에 아른아른..
숙소에 도착. 6시 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어, 발자국이 크다 싶었더니 이렇게 발목까지 잠길만큼 내릴 줄이야. 내리지도 못하고 메뚜기에서 숙소 예약을 했다. 덕분에 오늘밤은 편하게 도미토리에서 자기는 하지만 이렇게 장마가 쏟아지는 아프리카는 낯설다.
내 자리에 빗물이 들이치는 동안 또 나를 발견한다. 줄줄 새는 비를 막기 위해선 오히려 창을 조금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 하림이 가르쳐준다. 사는 게 참 이렇다. 이만큼만 비우고 포기하면 되는 건데 꽁꽁 닫아두려하니 마음에 비가 들이치는 거다. 아프리카에 와서 참 여러가지를 배운다.
비 때문에 땅이 질척, 엉망인 발로 숙소에 갔다. 지금은 예쁜 승달이가 돈없는 나를 위해 사준 모시와 카슬을 마시고 앉아 일기를 쓰는 중이다. 당구를 치는 모자와 용, TV 속 축구중계에 빠진 JT와 늘, 멍하게 앉은 승달, 그리고 어딘과 언니들.
갑자기 문명 속으로 들어와 버린 어색한 아프리카 안에서 랜턴에 의지에 밥을 먹고 난민처럼 살고 나니 다시 익숙한 아프리카가 맞는 거 같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자리, 술, 좋은 밤.
다음날.
와우, 벌써 20일이다. 오늘은 남지가 일어나는 소리에 잠을 깼다. 오랜만에 따순물로 몸을 깨끗이 씻고 짐바브웨로 출발. 메뚜기에 올랐더니 바로 잠이 쏟아져서 암 생각없이 푹 잤다. 여행이 오래되니 메뚜기 안에서 줄곧 잠이다. 자다 깨서 점심 도시락으로 싸온 감자 샌드위치를 먹고 화장실이 급해 차를 세웠으면 한다 했는데 "조금 있다 세워요."하는 내 말은 어디로 가고 JT가 바로 차를 세웠다. 식구들과 화장실을 가기 위해 길에 내렸는데, 엉덩이를 보이든지 말든지 길가에 쌩쌩 차는 지나가고 비마저 우두둑!!ㅜ 옷 추스리고 메뚜기로 뛰는데 그냥 웃음만 쿡쿡 났다. 그나마 난 거의 젖지 않았지만 나중에 오는 식구들은 비에 절어서.ㅋㅋ!
드디어 잠비아를 지나 짐바브웨로 넘어왔다. 빅폴, 아니 모시오아툰야의 물보라가 출입국 관리소 앞까지 날아온다. 얼마나 모시가 크길래 한참 떨어진 이곳까지 물방울을 날려 우리를 반기는 건지. 출입국 관리소도 여기는 도장 쾅쾅, 무사 통과다.
캠프 사이트에 와서 승달이와 텐트를 치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오랜만에 나온 치킨에 약간은 촉촉한 밥으로 저녁을 먹었다. 뒹굴거리다가 승달이랑 따슬이를 데리고 나가 아프리카에서 제일 맛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콘을 사 먹고 돌아와 쉬었다. 문명의 이기가 좋기는 좋구나. 잠깐 쉬다 어딘의 제안으로 맥주를 사러 갔는데 10병에 9.5달러. 병을 갖다주면 6.5달러란다. 재활용이 힘든 아프리카라 병값이 장난 아니다.
실컷 맥주를 마시며 간만의 음악회에 함께 했다. 가고 싶었던 하림의 천변살롱 공연에서 부르는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엄청난 기회! 풍각쟁이같은 개화기부터 1940년대의 흘러간 노래들을 하림의 목소리로 들었는데 참 재치있고 흥겹고 소박한 노래들이었다. 그 때의 풍경들이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 참 좋았다. 하야리 하야~ 인력거 소리 같은. 그리고 갑작스레 나도 노래 한 자락. 사랑가부터 창부타령..ㅋ 그리고 하림의 단소소리가 이어졌다. 아프리카인지, 우리나라인지, 몇 년대인지 알 수 없는 시공의 만남 속에 타임머신을 탄 듯한 기분 좋은 밤이 이어졌다. 우리 머리 위에 뜬 별이 그 때 빛나던 별이었을지 어떨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도란도란 어딘선가 들려오는 소리들을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