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여행/잠보! 아프리카

2010.01.23~25. 중동의 신기루, 카타르 그리고 여행을 마치다

비단구두 2010. 2. 24. 23:15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씻고 시간부터 물었다. 너무 늦은 건 아닌지 걱정을 했으나 여유로운 시간이다.ㅋ 이젠 아침에 일찍 자동으로 눈도 떠진다. 짐정리를 마치고 승달이를 데리고 나와 사람들과 마지막 아프리카를 바라보다 차에 올랐다. 너무도 아쉬워하며 사람들과 아프리카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 여몽과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 남은 여행을 준비하는 쭈.
    드디어 짐바브웨 빅폴 공항으로 이동. 아직까지도 채 사지 못한 선물을 공항에서 사고, 하림에게 싸인도 받고 젬베에 그림도 그려주는 거 구경하고 앉았다가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요하네스버그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닉 부부를 만났다. 인상 좋은 할머니는 내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고, 그러나 영어가 짧은 나는 할 말을 맘대로 하지 못했다. 이럴 때면 영어를 배우고 싶단 생각이 간절..ㅜㅜ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내리니 2010 월드컴 열기가 벌써 한창이다. 보딩하는 동안 목적지가 도하로 된 티켓 때문에 혹시 짐만 거기서 내릴까 걱정이 돼서 승무원 언니한테 이것저것 물었더니 내 영어는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눈치다.ㅡㅡ" 쪼그라드는 나. 공항 안에서 물건을 사는 동안에도 의사소통이 시원치는 않다. 남아공 피파 공식주 '아마룰라'를 사려했으나 잠시 미루고 비행기에 오르길 기다리는 중. 지리한 비행기 투어 또 시작이다.






 
  
  다음날.
  아침 4시 10분에 눈을 떴다. 도하로 가는 카타르 항공 비행기 안. 아침을 먹고, 소설 한 편을 읽고 앉아 있으려니 창 너머로 살몃 해가 뜬다. 또다른 아침이다. 처음엔 빼꼼 내민다 싶었는데 어느새 중천에 떠서 눈을 뜨고 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밝아오는 아침에 다짐 한 가지. 정말로 영어공부 시작해보기. 김연수의 소설과 여행 중에 느끼는 소통의 어려움이 만나 영어를 부른다. 그네들의 말로 그들을 느껴야 진짜로 만나는 거겠지만 공용어로 쓰이는 영어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소통에 매개체가 되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영어가 제아무리 자본주의적인 권력의 얼굴을 가졌다해도. 나도 다음 여행 때는 괜찮은 외국인 친구를 하나 만들고 싶다. 누구의 도움 없이 내 입에서 나온 말들로.
 
  카타르 공항 도착. 7시 반이 넘었다. 약속대로 9시쯤 카타르 투어 시작. 낙타시장을 출발해서 야채시장에서 과일을 듬뿍 먹고(내 달러는 이걸로 끝이 났다ㅠㅜ) 결마장엘 들렀다가 아바리바해와 카타르의 번화한 빌딩숲이 한 눈에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지금은 카타르 시장 거리에 와 있다. 겨우겨우 찾은 시장 골목의 밥집에서 야채커리를 먹고 커피빈에 와서 바닐라 카페라떼 한 잔을 하고 난 후다. 날이 덥고 그늘만 오면 시원해서 무거운 빔을 벗고 승달, 따슬이와 카페에 앉아서 쉬고 있다. 사막과 참 잘 어울리는 아라베스크 문양의 집들과 터번에 차도르를 쓴 사람들 사이에서 또 다른 바람과 향기를 느낀다. 사람들의 땀냄새보다 향신료와 바다내음이 강한.





  카타르의 아랍박물관엘 들렀다. 스페인에서도 느꼈던 그들의 예술과 과학이 거대하게 다가왔다. 사막의 땅에서 피어난 문화, 그래서 소박하고 깔끔하지만 내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척박한 땅에 살면서 별을 바라보도 더 큰 우주를 품었던 그들. 코란과 칼, 천문도구들이 인상적이다.
  돌아와서 다시 시장. 까무, 쑤, 유이, 남지와 현지 식당에서 밥이랑 치킨 스튜를 사먹었는데 왕 맛있다. 그리고 엄마 선물을 사러 돌아다녔으니 결국 실패(신기하다고 물담배를 살 수도 없고ㅡㅡ), 물건 산 것도 무겁고 다리도 아파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먼저 왔다.
  드디어 돌아가는 비행기 탑승이다. 참, 오래도 걸리겠다.


 

  다음날.
  여행 마지막날. 비행기에서 주는 기내식 열심히 먹고 또 자고 하다보니 오사카 도착이다. 엄마 선물은 결국 카타르에서 영양크림으로. 그러나 남아공 공식주 아마룰라를, 그리고 나의 베일리를 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ㅠㅠ
  사람들과 헤어질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바깥에 또 다시 해가 지고 있다. 곧 인천에 도착하겠지. 마지막 기내식 열심히 먹고 2010년에 할 일 열심히 일기에 적어봐야겠다. 아프리카의 기운이 사라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