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한겨레21, 씨네21, 팝툰
한겨레21 771호 - 161적, <노 땡큐!> 中에서
비단구두
2009. 8. 14. 03:33
감각은 우주를 구성하는 많은 선들을 따라가게 하는 능력이다. 그 점에서 감성은 지성과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필요로 하며, 서로의 도움을 받아 그 선을 추적하게 한다. 감성이 멈춘 곳에서 지성은 감성을 실어나른다. 예를 들어 선물받은 초콜릿은 그저 달콤할 뿐이지만, 그 맛이 실제로 어떻게 얻어지는지는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와 같은 기사 덕분에 알게 된다. 초콜릿이 이제 마냥 달콤하지는 않다면, 그것은 그것에 연결돼 있는 선들을 타고 새로운 진동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맛의 이름은 이제 '달콤하기도 하고 쓰기도 하고'쯤 될까. 그 맛을 느낀다면 뭔가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협력 안에서 감성이 지성보다 우월한 것은, 그것이 '지금 바로 여기'의 경험이 와 닿는 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각만으로 그 선을 충분히 추적할 수는 없지만, 감각이 없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감성에는 취향의 정교화와 다양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그 자체로 좋다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안에서 좋은 출발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민한 감성을 갖지 않는다면, 20년전에 읽은 책으로 여전히 세계를 설명하는 지성의 나태함에 빠지기 쉽다. 결국 문제는 감성과 지성 사이의 대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감성과 좋은 지성을 함께 갖는 데 있다.
감성은 지성만큼이나 개체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능력이다. 좋은 감성은 입 안에서 커피의 열두 가지 맛을 식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나뭇잎을 뒤지며 칡의 종류를 구분했던 친구들의 능력 속에 있다. 산속으로 나 있는 기나긴 등굣길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좋은 감성은 지성의 도움을 통해 분절된 세계의 선을 복원해 나가는 데 있다.
오늘날 그것은 특별히 어렵다.
- 프랑스 리옹고등사법학교 철학박사과정 이찬웅.
협력 안에서 감성이 지성보다 우월한 것은, 그것이 '지금 바로 여기'의 경험이 와 닿는 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감각만으로 그 선을 충분히 추적할 수는 없지만, 감각이 없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감성에는 취향의 정교화와 다양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그 자체로 좋다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안에서 좋은 출발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민한 감성을 갖지 않는다면, 20년전에 읽은 책으로 여전히 세계를 설명하는 지성의 나태함에 빠지기 쉽다. 결국 문제는 감성과 지성 사이의 대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감성과 좋은 지성을 함께 갖는 데 있다.
감성은 지성만큼이나 개체에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능력이다. 좋은 감성은 입 안에서 커피의 열두 가지 맛을 식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나뭇잎을 뒤지며 칡의 종류를 구분했던 친구들의 능력 속에 있다. 산속으로 나 있는 기나긴 등굣길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좋은 감성은 지성의 도움을 통해 분절된 세계의 선을 복원해 나가는 데 있다.
오늘날 그것은 특별히 어렵다.
- 프랑스 리옹고등사법학교 철학박사과정 이찬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