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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평
못생긴 것도 서러운데 못생겼다는 것을 자각하는 순간, 괴물처럼 변해서 난동을 부리다 죽는 ‘외모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퍼진다는 설정, 그리고 큰 가위를 들고 나타나 한 판 혈전을 벌인 뒤, 그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내면을 밖으로 끌어내어 멋진 헤어스타일을 완성해준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 그런데, 이 어이없는 이야기가 책장을 계속 넘기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샌가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나와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다.
외모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꿈을 찾고 싶어하는 박장미, 못생긴 외모 때문에 좋아하는 남학생에게 무시당하는 이희진, 왜소하고 볼품없는 외모 때문에 외계인이라는 놀림을 당하는, 그러나 우주비행사가 되겠다는 순수한 꿈을 가진 우주인, 남성스러운 외모 때문에 고민을 하는 육상선수 신데레라, 예쁘고 똑똑한 데다 인기도 많지만 초라한 외모의 아버지를 늘 창피하게 여기는 나정민, 너무나 예쁜 외모 때문에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는 은따를, 남자 아이들에게는 쉬운 여자 취급을 당하는 박수진, 그리고 사고로 생긴 얼굴의 상처 때문에 늘 혼자지만 꿈을 꾸며 살았던 삼봉이의 여자 친구, 못생긴 외모 때문에 면접에 떨어진 여자까지. 많은 인물을 등장시켜 다양한 모습의 외모 콤플렉스를 잘 담아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겁지 않게, 섬세한 만화 컷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잘 짚어내고 있는 점이 참 좋다. 이 만화를 접한 아이들도 외모에 대한 편견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좋은 만화라는 평을 준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강점이라고 본다.
2. 인상 깊은 구절
-- 그곳에는 향기가 있다.
빛바랜 타일 벽과, 낡은 찬장과, 케케묵은 염색약과, 나이가 지긋이 드신 이발사 아저씨의 냄새가 섞인 그런 오래된 향기다. 오래된 것은 포근하다. 난 그 포근한 향기를 맡으며, 이발소 의자에 앉는다. 난 그 향기가 좋다.(49쪽)
(새롭고 화려하고 예쁜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은근히 말해준다.)
-- 죽음에 이르는 병, 절망. 키에르케고르.(91쪽)
-- 다른 사람과 비교되어 본 적 있어? ‘쟤는 이런데 너는 왜 이렇게 뒤떨어지니?’ ‘같은 밥 먹고, 같은 옷 입고 사는데, 왜 넌 저렇게 못하니?’ '같은 반 친구인데도, 넌 왜 이렇게 못 생겼니?‘
바보들……… 뒤떨어지거나 못난 게 아닌데………. 단지 다를 뿐이지.(188쪽)
-- 공평 불공평을 따지기 전에, 네 자신을 위해 뭔가 조금이라도 해봤어? 그냥 ‘이건 첨부터 안 돼.’라고 너 혼자 결정짓고 계속 불평만 늘어놓고 있는 거 아니야? 뭐, 외모 바이러스라고? 그런 거야말로 아무런 의지도 없는 너희들이 현실에서 도망치려고 만들어 낸 정신병 같은 거잖아!!(199~201쪽)
-- 자신감이 없어 보였달까? 행동이나 말투에서 그런 게 보이기 마련이거든. 남들이 네 내면의 좋은 점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불평하지마. 네가 그냥 보여지는 외모만 가리려고 네 안의 보석 같은 반짝이는 것들도 함께 가려버렸던 거잖아. (207쪽)
-- 우리가 그토록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것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멸시하기 때문이다. 릴케.(215쪽)
-- 내 인생이 무채색이었던 건, 내가 색칠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몰라.(241쪽)
--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 남들보다 한참 못나고 덜떨어져 보이는 나.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뭔가 다른 나. 이게 뭐야………, 사실 나 지구와는 어딘가 동떨어진 아주 먼 별에서 온 외계인은 아닐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지금 지구에 잘 적응하고 있잖아? ‘잘하고 있어, 좀 더 힘내라구!’(267쪽)
-- 태어날 때부터 우울한 사람은 없어. 원래부터 절망적인 사람은 없다고. 행복하고 싶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잖아.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을 찾아 헤매보지만 결국 나밖에 모르는 거잖아. 내가 행복해지는 비결.(2-33쪽)
-- 진짜 불공평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인생의 반이 결정되어 있는 거잖아.(2-47쪽)
-- 부모님과 닮았다는 건 축복이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닮았다는 거니까.(2-227쪽)
-- 상처……….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 공기도 안 통하게 반창고로 꼭꼭 싸매버리면 상처는 잘 낫지 않아. 오히려 공기가 잘 통하게 노출시켜 놓으면 금방 낫는다구.(2-335쪽)
3. 수준 및 상황
<수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상황>
- 외모(남다른 신체적인 특징) 때문에 심각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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