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카테고리
지은이
상세보기
1. 서평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에 이은 ‘이금이’ 씨의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그런데, 솔직히 좀 밋밋하다.
찬혁이와 연아가 사귀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서 가슴앓이만 끙끙하다가 은재의 도움으로 동재는 너무 쉽게 연아와 가까워진다. 그러고는 연아와 제대로 된 데이트는 두 번 정도? 아이스크림 값 못낸 것 때문에 연아의 마음이 식고 찬혁이는 연아의 연극 발표회 때 꽃다발을 안긴다. 그리고 동재는 연아에게 화 한 번 안 내고 물러난다.
투투데이, 버디버디, 서든어택, 스티커 사진 등 요즘 아이들의 코드가 작품 속에 많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동재는 일반적인 요즘 아이라고 하기엔 너무 순수하다. 그래서인지 공감이 안 간다. 연아나 찬혁이와 큰 갈등을 일으키지도 않고 혼자 조용히 좋아하다 요행히 연아와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또한, 이 소설은 첫사랑의 감정을 너무 아름답게 포장하려 한다. 옆집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평생을 이어오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본보기로 보여주고, “앞으로 살면서 넌 많은 사랑을 하게 될 거야. 그 때마다 온갖 감정들을 경험하겠지. 아빠는 우리 아들이, 그 사랑들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랑이 널 성장 시켜 준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든 해피 엔딩이라는 걸 잊지 마라.”라는 아빠의 조언 등으로 너무 어른의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별로다. 심지어 동재의 연애 코치인 동생 은재마저도 항상 어른스러운 말만 내뱉는다. 동재가 차라리 서툴고 거칠게 연아와 찬혁이에게 한 마디쯤 던졌다면, 그러고 나서 아픔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연아를 처음 본 순간들을 떠올리며 스스로 깨달아갔다면 더 나은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다루는 두 번째 주제인 재혼가정의 문제 또한 너무 가볍게 다루어졌다고 본다. 이전 작품 <너도 하늘말나리야>에서 미르가 엄마와 바우 아버지의 결합을 힘들어하는 현실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던 데에 비해 이 소설의 동재는 은재와 ‘연애 코치’로 결합되면서 미움이 많이 희석되는 것 같다. 게다가 나이도 어른 은재는 어른인 엄마나 아빠보다도 더 자연스럽게 새로운 가정을 받아들인다. 엄마와 미겔 아저씨의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엄마가 미겔과 결혼할 때 양해를 구하겠다는 말 한 마디에 모난 마음이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거라고 가르쳐주는 은재의 모습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소설을 읽고 과연 재혼가정의 아이들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을까?
소설이 인터넷을 통해 만나고, 투투데이를 기념하고, 핸드폰에 달 스티커 사진을 찍을 이성친구를 구하는 십대들의 가벼운 첫사랑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면 그리고 재혼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상처와 화해를 좀 더 진솔하게 다루고 싶었다면 동재와 은재라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두 아이의 모습을 훨씬 아이답게, 서툴고 모나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그렸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이 소설을 가지고 수업을 한다면 동재와 찬혁이 그리고 연아 세 아이들의 이성친구와 시작하는 방법,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이별에 대한 자세 등에 대해 십대들과 토론해 본다면 좋은 수업교재가 될 거라는 생각은 든다.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
2. 인상 깊은 구절
-- 그 동안 내가 너무 만만하게 보였어. 동재는 자신을 탓했다. 엄마 아빠가 날마다 싸워 대다가 아혼을 하고, 아빠와 단둘이 살고, 아빠가 재혼을 하는 동안 동재는 친구들을 하나둘 씩 버렸다. 이제 동재 곁에는 남의 일에 별 관심이 없는데다 눈치까지 없어 소위 ‘베스트 프랜드’라는 친구에게 변화를 조금도 알아채지 못하는 민규만 남았다.
그들은 2학기 내내 한 책상에 앉았다. 민규는 동재를 자신의 ‘베프’라고 생각하며 동재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동재는 민규마저 없으면 자신의 왕따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애가 따라다니는 것을 묵인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혼에, 재혼에 집안 문제로 친구관계 마저도 힘들어진 아이들. 그리고 스스로가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적당히 한두 명의 친구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의 문제를 건드려준 것은 좋은데, 과연 민규가 그냥 따라다니는 친구일까? 그리고 동재는 소설 속에서 친구관계에 문제를 보였을까?)
--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동재는 의도하지 않았던 그 소리에 약간 움찔했다. 하지만 문 소리 덕분에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이 조금이라도 전달되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동재는 유일하게 자신의 마음을 읽어 준 문에 등을 기대었다. 문이 잠기는 번호키의 작동 소리가 다시는 들어갈 수 없음을 알리는 경고처럼 들렸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대한 화를 말로 할 수 없을 때 이런 방법을 택하는 것 같다. 동재의 마음이 잘 드러난 구절이라 마음에 와 닿았다.)
3. 수준 및 상황
<수준>
초등학교 5학년부터
<상황>
- 이성친구에 대해 고민하는 상황이면 일단.
'책을 말하다 > 나라말향기 & 상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봉이발소 (0) | 2009.07.29 |
---|---|
위저드 베이커리 (0) | 2009.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