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水墨)정원 1
-- 강(江)
- 장석남
먼 길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강가에 이르렀다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버드나무 곁에서 살았다
겨울이 되자 물이 얼었다
언 물을 건너갔다
다 건너자 물이 녹았다
되돌아보니 찬란한 햇빛 속에
두고 온 것이 있었다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시 버드나무 곁에서 살았다
아이가 벌써 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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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에서 장석남 시인의 목소리로 들었던 시.
처음엔 대체 저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다음에 이 시를 만났을 땐, 아! 하는 순간 슬퍼졌다.
첫사랑, 처음 가졌던 꿈, 순수했던 시절을 떠나왔으나 돌아갈 수 없었던.. 겨우 순수했던 시간들 가까이 가닿았으나 결국 현실 때문에, 지금의 사람 때문에 돌아갈 수 없게 된 한 남자의 담담한 목소리가 수묵화처럼 조용히 번져오는 시다. 그 슬픔과 회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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