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롱가를 떠나왔다. 하루 더 있을 예정이었으나 불편한 잠자리와 샤워시설, 그리고 우리의 살을 파고드는 빈대와 벼룩에 쫓겨, 내일이면 잠보팀이 온다기에 그냥 하루 일찍 떠나기로 정한 거다. 하루를 더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좀더 편안한 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도 동시에 들어 복잡하다. 하지만, 이미 결정이 난 일. 선교사님과 루스빌로 식구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메뚜기에 올랐다.
쨍하던 하늘이 잿빛으로 바뀌더니 차창에 비가 들이친다. 비도 축축하고 하림의 하모니카, 우클렐레 소리도 축축하고 커피 한 잔 생각난다. 옆에서 여몽이 "나이먹을수록 급해진다, 폴레폴레가 필요한데"라는 말을 듣고 문득 생각해본다. 살아온 날이 많다는 건, 세상을 우주를 더 안다는 건데 왜 살아갈수록 우리는 자꾸만 조급해지는 걸까.
칸데비치 캠프장에 도착했다. 말라위 호숫가에 자리잡은 그림자같은 곳이다. 말라위 호수는 말라위 면적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엄청나게 큰 호수인데 바라보는 우리에게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어찌나 큰지 바람이 불어 바도도 치고 넓은 백사장도 펼친다. 그러고보니 짠내는 없군.ㅋ
게다가 칸데비치는 배고픈 여행자들에겐 천국!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땅위에 작은 망고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씻어서 껍질만 까서 입에 넣으니 망고맛에 단감맛이 더해진다. 음, 향긋~~ 그래서 나도 그 자리에서 3개나 까먹었다. 망고 많이 먹으면 탈난다던데 ㅋㅋ 뱃속이 멀쩡하니 입이 욕심을 부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칸데비치에 속상한 것은 도둑이 많다는 것! 덕분에 우리는 텐트에 아무것도 넣지 못하고 오나전 긴장 상태로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침낭에 빨래까지 가져가는 무서븐 도둑놈들이 기승이라니 조심해야지.
밥을 먹고 모여 앉았는데 유이, 어딘, 남지, 까무, 여몽, 야리와 함께 술을 먹다가 어딘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 승달이와 모자를 비롯한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여행에 와서 통제받는 것에 대한 불만, 청소년이기 때문에 어른들 속에서 겪는 어려움 등을 이야기했단다. 그리고 여행학교 교장인 어딘과 토론 끝에 합일점을 찾고 가능한 자유시간과 그만큼의 책임을 갖기로 약속했다는. 오, 멋진 아이들이다. 역시. 우리 어른들보다 훨씬 낫다. 소통에 대해 고민하고 부딪치고 해결하고. 그리고 그런 아이들 덕에 우리도 여행과 소통과 우리 사이의 이야기, 여행에 관한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다. 호프도 가롱가에서 잃어버린 카메라에 대한 어딘과의 대화에서 서운했던 점을 털어놓게 되고.
그리고 쭈의 여자친구 덕에 또 하림콘서트 2탄을 열게 됐다. 감사하게도 하림과 거의 듀엣을 또 하다시피 ㅋㅋ 너무 뿌듯하고 즐거운 시간. 그러고보니 저녁을 먹기 전 따슬이와 하림에게 젬베를 더 배우기도 했고 어울려 연주하는 법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 것 같아 좋다. 수확이 여럿이군.
밤에는 여몽의 제안으로 호숫가 달리기를 했다. 오랜만에 맨발로 모래밭을 달리니 기분 짱!! 피곤해서인지 잠자리에 들자마자 눈이 감긴다. 오늘은 여행에서, 아니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을 이룬 날이다.
다음날.
칸데비치의 아침. 4시 반 기상. 오늘은 어찌나 예쁜 텐트를 만났던지 후다닥 잘도 개진다.ㅎ 내 텐트를 개고 야리의 텐트까지 도왔다는. 말라위에서 잠비아까지 이동하는 날이다. 새벽밥을 먹은데다 3시간 밖에 자지 않아서인지 맨 뒷자리에서 거의 닭이 되어 잠에 취했다. 그런데 한참을 유난히 덜컹거리던 차가 멈춰섰다. 메뚜기 고장. 부품을 가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주린 배를 채우기로 했다. 쫄깃한 빵이 유난히 맛있어서 샌드위치로 2개, 잼 발라서 2개나 먹고 차에 올랐는데 메뚜기가 영 움질일 생각을 안 한다. 그러는 동안에 아예 두 자리를 차지하고 제대로 자고, 일기도 쓰고, 책도 보고 내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은 하림의 체스판으로 체스도 두고 역시 책도 읽고 우클렐레를 튕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한다. 그러는 동안에 훌쩍 시간이 가고, 날이 흐려지고 차를 끓여마시고 저녁이 되어간다.
드디어 JT와 쭈가 나타나 출발을 알렸는데 JT의 말이 길다. 말라위가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걸 당국에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나 어린아이들의 사진을 동의없이 찍지 말라고. 웬? 하고 의아해했더니 쭈가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경찰서까지 가서 여권번호까지 적고 왔단다. 이런.. 그리고 만일의 경우 국경을 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를 한다.
참 어려운 나라다. 말라위. 아름다운 말라위 호수가 면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나라. 그러나 큰 관광자원은 아니라 가난한 나라. 물이 많은데도 가둬두거나 유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 농사짓는 법도 모르는 어려운 나라. 평균수명은 40세, AIDS와 말라리아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많고 드넓은 탄자니아에 비해 곳곳에 사람들이 보이는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 국경을 통과하는 주도로마저도 덜컹거림이 가득한, 그리고 곳곳이 덜컹거리는 나라. 가난 때문에 그걸 면하려고 비자피는 가장 비싸고, 세렝게티나 빅폴처럼 대단한 관광자원도 없고, 가난을 가지고 벌이를 하면서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곳곳에 차를 세워 검문을 하는, 함부로 사진도 찍을 수 없는 나라, 너무 가리고 있어서 속으로 얼마나 곪았는지 알아차리기 힘든 나라. 오늘의 하늘만큼이나 착 가라앉게 하는 덜컹거림이다. 말라위.
10시 넘어 맘마룰라에 도착. 까무와 한 방. 지금까지 중 제일 멀쩡한 숙소를 만나 개운하게 씻고 빨래, 버블도 했다. 맥주 한 병이 조금은 아쉬운 밤이다.
쨍하던 하늘이 잿빛으로 바뀌더니 차창에 비가 들이친다. 비도 축축하고 하림의 하모니카, 우클렐레 소리도 축축하고 커피 한 잔 생각난다. 옆에서 여몽이 "나이먹을수록 급해진다, 폴레폴레가 필요한데"라는 말을 듣고 문득 생각해본다. 살아온 날이 많다는 건, 세상을 우주를 더 안다는 건데 왜 살아갈수록 우리는 자꾸만 조급해지는 걸까.
칸데비치 캠프장에 도착했다. 말라위 호숫가에 자리잡은 그림자같은 곳이다. 말라위 호수는 말라위 면적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엄청나게 큰 호수인데 바라보는 우리에게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어찌나 큰지 바람이 불어 바도도 치고 넓은 백사장도 펼친다. 그러고보니 짠내는 없군.ㅋ
게다가 칸데비치는 배고픈 여행자들에겐 천국!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땅위에 작은 망고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씻어서 껍질만 까서 입에 넣으니 망고맛에 단감맛이 더해진다. 음, 향긋~~ 그래서 나도 그 자리에서 3개나 까먹었다. 망고 많이 먹으면 탈난다던데 ㅋㅋ 뱃속이 멀쩡하니 입이 욕심을 부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칸데비치에 속상한 것은 도둑이 많다는 것! 덕분에 우리는 텐트에 아무것도 넣지 못하고 오나전 긴장 상태로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침낭에 빨래까지 가져가는 무서븐 도둑놈들이 기승이라니 조심해야지.
밥을 먹고 모여 앉았는데 유이, 어딘, 남지, 까무, 여몽, 야리와 함께 술을 먹다가 어딘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 승달이와 모자를 비롯한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여행에 와서 통제받는 것에 대한 불만, 청소년이기 때문에 어른들 속에서 겪는 어려움 등을 이야기했단다. 그리고 여행학교 교장인 어딘과 토론 끝에 합일점을 찾고 가능한 자유시간과 그만큼의 책임을 갖기로 약속했다는. 오, 멋진 아이들이다. 역시. 우리 어른들보다 훨씬 낫다. 소통에 대해 고민하고 부딪치고 해결하고. 그리고 그런 아이들 덕에 우리도 여행과 소통과 우리 사이의 이야기, 여행에 관한 생각들을 나눌 수 있었다. 호프도 가롱가에서 잃어버린 카메라에 대한 어딘과의 대화에서 서운했던 점을 털어놓게 되고.
그리고 쭈의 여자친구 덕에 또 하림콘서트 2탄을 열게 됐다. 감사하게도 하림과 거의 듀엣을 또 하다시피 ㅋㅋ 너무 뿌듯하고 즐거운 시간. 그러고보니 저녁을 먹기 전 따슬이와 하림에게 젬베를 더 배우기도 했고 어울려 연주하는 법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 것 같아 좋다. 수확이 여럿이군.
밤에는 여몽의 제안으로 호숫가 달리기를 했다. 오랜만에 맨발로 모래밭을 달리니 기분 짱!! 피곤해서인지 잠자리에 들자마자 눈이 감긴다. 오늘은 여행에서, 아니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소통을 이룬 날이다.
다음날.
칸데비치의 아침. 4시 반 기상. 오늘은 어찌나 예쁜 텐트를 만났던지 후다닥 잘도 개진다.ㅎ 내 텐트를 개고 야리의 텐트까지 도왔다는. 말라위에서 잠비아까지 이동하는 날이다. 새벽밥을 먹은데다 3시간 밖에 자지 않아서인지 맨 뒷자리에서 거의 닭이 되어 잠에 취했다. 그런데 한참을 유난히 덜컹거리던 차가 멈춰섰다. 메뚜기 고장. 부품을 가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주린 배를 채우기로 했다. 쫄깃한 빵이 유난히 맛있어서 샌드위치로 2개, 잼 발라서 2개나 먹고 차에 올랐는데 메뚜기가 영 움질일 생각을 안 한다. 그러는 동안에 아예 두 자리를 차지하고 제대로 자고, 일기도 쓰고, 책도 보고 내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은 하림의 체스판으로 체스도 두고 역시 책도 읽고 우클렐레를 튕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한다. 그러는 동안에 훌쩍 시간이 가고, 날이 흐려지고 차를 끓여마시고 저녁이 되어간다.
드디어 JT와 쭈가 나타나 출발을 알렸는데 JT의 말이 길다. 말라위가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걸 당국에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나 어린아이들의 사진을 동의없이 찍지 말라고. 웬? 하고 의아해했더니 쭈가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댔다 경찰서까지 가서 여권번호까지 적고 왔단다. 이런.. 그리고 만일의 경우 국경을 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를 한다.
참 어려운 나라다. 말라위. 아름다운 말라위 호수가 면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나라. 그러나 큰 관광자원은 아니라 가난한 나라. 물이 많은데도 가둬두거나 유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 농사짓는 법도 모르는 어려운 나라. 평균수명은 40세, AIDS와 말라리아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많고 드넓은 탄자니아에 비해 곳곳에 사람들이 보이는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 국경을 통과하는 주도로마저도 덜컹거림이 가득한, 그리고 곳곳이 덜컹거리는 나라. 가난 때문에 그걸 면하려고 비자피는 가장 비싸고, 세렝게티나 빅폴처럼 대단한 관광자원도 없고, 가난을 가지고 벌이를 하면서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곳곳에 차를 세워 검문을 하는, 함부로 사진도 찍을 수 없는 나라, 너무 가리고 있어서 속으로 얼마나 곪았는지 알아차리기 힘든 나라. 오늘의 하늘만큼이나 착 가라앉게 하는 덜컹거림이다. 말라위.
10시 넘어 맘마룰라에 도착. 까무와 한 방. 지금까지 중 제일 멀쩡한 숙소를 만나 개운하게 씻고 빨래, 버블도 했다. 맥주 한 병이 조금은 아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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