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듯이 햄릿 ★★★★★ - 안성희랑

  햄릿을 노래극으로, 코러스극으로, 인형과 탈을 활용한 놀라운 소품극으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조명한 극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니.
  처음엔 공연 시작 20분 전부터 무대 밖에 분장까지 다 하고 서 있는 배우들이 신기했고, 그래서 단역이거나 무대 소개를 하는 도우미려니 했는데, 그 사람들이 바리데기처럼 햄릿을 죽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사자들이고, 극을 끌어가는 주인공이라는 게 놀라웠다. 그 사자들이 햄릿의 일기장을 펴들고, 다시 조그마한 탈 하나를 들고 춤을 추고 움직이며 햄릿이 되고, 햄릿의 어머니가 되고, 숙부가 되고, 오필리어가 되고 1인 4역까지 해내는 것을 보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자유자재로 극 속으로 뛰어들어 격정적인 감정을 노래했다가, 이 인물 저 인물 사이를 넘나들고, 탈 하나에 온 감정을 실어내고, 멋진 몸짓에 노래로 관객을 휘어잡았다가 다시 슬그머니 관객과 농담따먹기를 하는 편안한 광대로 돌아가는 그들이 진정한 광대요 배우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부러웠다. 나도 한 번만 그렇게 자유롭게 새롭게 즐겁게 무대 위에서 놀아봤으면 좋겠다.

  햄릿의 유쾌하고 극적이고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역설적이고 현대적인 재발견, 멋졌다. 뛰다!


 
Posted by 비단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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