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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네마 소년 ★★★★☆ - 혼자서
바다가 속삭이는 두.번.째.사.랑. 이야기 | 첫사랑의 아픔이 있는 소년 소녀, 여름 해변에서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하다..
첫사랑과 이별한 소년은 헤어진 여자친구가 점점 잊혀지는 게 두렵다. 소년은 그런 속마음을 상상 속 ‘유령 해파리’에게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소년은 바닷가에서 우연히 소녀를 만나 어떤 기억 하나를 떠올린다. 서로를 지켜보던 어느 날 소년은 소녀에게 바다 속 깊은 곳에 다른 사람의 꿈으로 헤엄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이 있다고 알려주고, 소녀는 조금 엉뚱한 소년이 점점 좋아진다. 서로에 대해 점점 알아가던 어느 날, 소년이 갑자기 없어지자 소녀는 불안해하며 그를 찾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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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하게 보이는 것만 눈에 박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하지 않은, 몽환적인, 경계에 선 불안한, 그런데도 마음을 건드리는 것들이 있다. 이 영화가 그렇다.
소녀와 소년이 만나서 사랑을 시작하게 된 건지, 소년도 실재하지 않는 꿈은 아닌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모르더라도 좋다. 그냥 순수하게 꿈 속의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그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수혁의 목소리도 기분 좋다.
바닷속 깊은 곳에 문이 하나 있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른 사람의 꿈 속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그래서 깨지 못하면 그 꿈 속에 갇히는 거라고. 아직은 문을 찾아 나올 수 있으며, 이 비밀을 가르쳐 준 것이 유령해파리라고.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유령해파리를 믿는 소년을 걸어나오게 한 이 영화가 맘에 든다. 그리고, 영화에 가끔씩 끼어드는 동화같은 그림도 예쁘다. 남해인지 상주인지 송정인지 하는 바닷가의 둥근 곡선도 파란 바다도 아름답다. 가끔은 시 같은 동화 같은 영화도 와주면 좋겠다. 이렇게.
-- 시작부터, 끝을 생각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도 유령해파리가 말했다.
-- 다 잊는 거, 다 기억하는 거 결국 같은 거 아닐까?
-- 우리의 시간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안다. 내가 늘 그 아이의 꿈을 꾸고 있으니까.
어쩌면, 꿈은 삶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조차도 크게 보면 꿈의 꿈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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