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파니핑크 - 좋은 사람 & River
아는 사람은 다 알다시피 '커프'는 드라마에 삽입된 음악들도 꽤 괜찮은 게 많아서 '요조', '캐스커', '더 멜로디' 같은 멋진 인디들이 커프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파니핑크는 당시 첫 앨범을 낸 신인이었는데, 아마도 '도리스 되리' 감독의 같은 제목의 영화 '파니핑크'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리라. 사랑을 하고 싶어하고,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파하고, 또 다시 사랑을 찾아 설레는 여자들의 심리를 몽환적인 목소리로 표현해내는 게 파니핑크의 매력이다. 가사가 곱씹을수록 씁쓸해지는 것도.
파니핑크 - 좋은 사람
아직 난 니가 없는 이 시간이 익숙해지지 않아
사실 난 아직도 널 담담한 듯 너의 전화를 받곤 해
착한 사람은 다 그런 거잖아
사실 좋은 사람은 싫어 그냥 착한 사람은 싫어
그냥 좋은 사람은 싫어 내가 너에게 그런 것처럼 내가
너에게만은 무서워져 나 단지 그런 사람이 되는 게
좋은 사람 만나란 말도 가끔 해
착한 사람은 다 그런 거잖아
사실 좋은 사람은 싫어 그냥 착한 사람은 싫어
그냥 좋은 사람은 싫어 내가 너에게 그런 것처럼
내가 너에게만은 무서워져 나 단지 그런 사람이 되는 게
사실 좋은 사람은 싫어 내가 너에게만은
나에게 너는 나에게 넌다신 못 올 그런 사랑인데 넌
좋은 사람. 참 듣기 좋은 말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듣는 말로는 가슴 아픈 말이다. 토이의 ‘좋은 사람’이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야”라는 한 마디에 웃을 뿐.>이라는 가사가 짝사랑을 하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잘 대변해준 노래였다면, 파니핑크의 ‘좋은 사람’은 식어가는 사랑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것인지, 잔인한 일인지를 말하는 노래다.
가만 보면 사랑은 참 나쁘고 이기적인 거다. ‘그냥 착한 사람’은 누구나 좋아할 또는 누구나가 좋아할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첨엔 그 사람이 이기적이더라도 있는 그대로 좋았다가 점점 나에겐 ‘적당히 착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도 다른 사람에게도 다 착한 것 안 된다. 내 것이 남의 것이 될 수는 없는 일이므로.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큼 그 사람에겐 ‘무작정 착한 사람’이 되는 건데 그럼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할 수 없거나 내가 사랑하는 만큼 사랑을 덜어놓는 사람이 되는 거다. 서로가 적당히 착하게, 또는 적당히 나쁘게 저울의 양팔처럼,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느 한쪽으로는 약간은 기울어서 그냥 그렇게 사랑이라고 믿는 거다. ‘누군가의 조금 더 착함’이 자꾸 희생되면서. 그런데도 그런 희생을 감수하고 사랑을 찾고, 사랑을 하며, 사랑을 잃고 사는 우리가 우습다. 그리고 또 그런 사랑을 꿈꾸는 내가 슬프기도 하다.
파니핑크 - River
겨울 공기가 차가워 뺨에 닿은 너의 손끝이 차갑듯
어느새 긴 머리만 흐른 시간을
지난 계절을 말하는 듯 내 마음은 변함없이
잔잔히 흐르는 저 강 같아
내가 슬픈 건 조금 더 넓어지라는 말
내가 아픈 건 조금 더 깊어지라는 말인걸
이 강물에 나는 너를 띄워 흘려 보낸다 너를
잠시 쉬었던 강 끝 언덕엔 너와 난 이제 없다
내가 슬픈 건 조금 더 넓어지라는 말
내가 아픈 건 조금 더 깊어지라는 말인걸
누군가와 이별을 하게 되면, 먼저는 꼭 자책을 하게 된다. 그 사람이 딱 그만큼이라서, 사랑이 여기까지라서가 아니라, 내가 이만큼밖에 못 돼서, 내가 더 사랑을 표현하지 않아서, 내가 뭔가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라고. 그리고 이별하는 상대의 입을 통해 내 부족이 그대로 전해온다면, 그건 정말 이별을 하는 상황보다 그 말이 더 아프다.
나는 아직도 가끔 생각한다. 나를 스쳐간 사람들은 정말 그 만큼의 인연이었던 걸까, 아니면 내가 딱 그만큼으로 만들어버린 걸까. 그렇담, 나를 꽉 채울 만큼의 사랑을 하지 못한 나로선 나를 바꾸어야 하는 건 아닐까? 바꾼다면 대체 어디서부터 뭘? 누가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다들 결국 자기 안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하지만, 쉽지 않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나를 더 넓고 깊게 만드는 일. 지금도.
'숨은 노래 찾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옥상달빛 (0) | 2010.03.23 |
---|---|
2009 지난 공연 (0) | 2010.02.14 |
재주소년 (0) | 2009.12.13 |
하이, 미스터 메모리 (0) | 2009.07.29 |
브로콜리 너마저 (0) | 2009.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