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너무 따뜻한 침낭 때문에 땀 흘리며 자다 일어나니 6시 반. 생각보다 예뚜 식구들이 일찍 일어나 아침을 맞고 있었다. 얼른 씻고 식사. 식빵에 치즈와 딸기잼을 함께 발라 열심히 먹고 곡물을 으깨놓은 듯한 멀건 선식같은 시리얼도 다 먹었다. 계란 오믈렛에 후추 잔뜩 소세지, 그리고 스파게티 묽은 국물같은 스프까지.
오늘은 케냐를 떠나 탄자니아의 아루샤까지 달리고 또 달리는 날. 아침부터 메뚜기에 올라타 오늘은 사진찍기 좋은 창가를 선점하고 셔터를 열심히 눌러댔다. 여기저기서 잠보!를 외치는 아이들, 마사이 원주민, 독특한 머리모양의 언니들, 자줏빛 교복을 입은 아이들까지.
그러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케냐 마사이 박물관엘 잠시 들러 점심을 먹었다. 사실 박물관이 아닐라 조그만 상점 같은 곳이라 물건들보단 헨리의 샌드위치가, 하림의 노랫소리가 더 마음을 끌었다. 그리고 우리 치타팀이 처음 맡은 일은 의자놓기. 열심히 의자를 내려놓고 3단계 대야 손씻기로 손을 씻은 후, 밥을 먹었다. 이상한 환타 색깔 싸구려 주스는 별로였지만 파인애플은 환상. 그리고 휴식 중에 하림 노래를!
오늘의 목적! 아루샤에 도착. 지구의 역사를 또 만났다. 아프리카 대지구대. 원래는 하나의 산맥이었던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맨틀의 대류와 지각변동으로 헤어져 평원을 만들게 됐다는 거다. 언젠가 이곳에 물이 고여 호수가 되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아프리카해라는 이름의 바다를 이룰 거란다. 놀라운 지구의 신비.
그리고 케냐에서 탄자니아로 만나는 동안 만난 마사이들은 인류의 시원과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침낭을 준비해 온 추위를 마사이 망토 하나로 버텨내면서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저들의 삶을 관광상품으로 카메라에 담고 있다는 게 미안했다. 나도 그러고 있다는 게. 세렝게티가 국립공원이 되기 전 유목을 하고 자유롭게 살았던 마사이를 구역에 묶어 두고 관광객을 위한 돈벌이로, 기생하는 삶으로 바꾸어버린 자본이 무섭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지금의 아프리카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순수, 역사, 오랜 과거가 고스란히 살아있다는 것이 그들을 누르고 함부로 대하는 이유가 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는.
탄자니아로 진입해서 한참을 달리는 동안 만난 또 하나의 풍경은 수도 아루샤의 잘 사는 사람들이었다. 농사를 짓고, 닭을 키우고, 자전거를 몰고, 심지어 비싼 외제차도 집집마다 들여놓은. 이렇게 서로 다른 아프리카가 공존하고 있다니.
그리고 원래 척박하고 거친 줄로만 알았던 아프리카가 우기에는 이렇게 푸른 초원과 대지와 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 차를 타는 동안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신기하게도 쏴아-- 뚝. 바깥의 풀들은 물기를 머금고 지구상 어느 곳의 풀, 나무보다 더 선명한 초록으로 빛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목마름을 한번에 해결하려는 듯이. 경이의 땅.
밤에는 어제에 이어 별자리 공부를 계속했다. 오늘 만난 건 노인성과 마젤란 은하. 노인성을 보면 장수한다는 말이 있다는데 '노인성'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과 달리 너무 초롱초롱 빛나고 있어 신기했다. 나도 오래살겠다. 별론데^^;; 그리고, 진짜는 나의 마젤란 은하. 은하수 근처에 있었는데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외계 은하란다. 외계라닛!! 어쩜 나의 진짜 고향인지도 모른다. 저기서 나의 동족들이 날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련하구나. 마젤란.
다음날.
오늘은 케냐를 떠나 탄자니아의 아루샤까지 달리고 또 달리는 날. 아침부터 메뚜기에 올라타 오늘은 사진찍기 좋은 창가를 선점하고 셔터를 열심히 눌러댔다. 여기저기서 잠보!를 외치는 아이들, 마사이 원주민, 독특한 머리모양의 언니들, 자줏빛 교복을 입은 아이들까지.
그러다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케냐 마사이 박물관엘 잠시 들러 점심을 먹었다. 사실 박물관이 아닐라 조그만 상점 같은 곳이라 물건들보단 헨리의 샌드위치가, 하림의 노랫소리가 더 마음을 끌었다. 그리고 우리 치타팀이 처음 맡은 일은 의자놓기. 열심히 의자를 내려놓고 3단계 대야 손씻기로 손을 씻은 후, 밥을 먹었다. 이상한 환타 색깔 싸구려 주스는 별로였지만 파인애플은 환상. 그리고 휴식 중에 하림 노래를!
오늘의 목적! 아루샤에 도착. 지구의 역사를 또 만났다. 아프리카 대지구대. 원래는 하나의 산맥이었던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맨틀의 대류와 지각변동으로 헤어져 평원을 만들게 됐다는 거다. 언젠가 이곳에 물이 고여 호수가 되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아프리카해라는 이름의 바다를 이룰 거란다. 놀라운 지구의 신비.
그리고 케냐에서 탄자니아로 만나는 동안 만난 마사이들은 인류의 시원과 닮아있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침낭을 준비해 온 추위를 마사이 망토 하나로 버텨내면서 전통을 지켜오고 있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저들의 삶을 관광상품으로 카메라에 담고 있다는 게 미안했다. 나도 그러고 있다는 게. 세렝게티가 국립공원이 되기 전 유목을 하고 자유롭게 살았던 마사이를 구역에 묶어 두고 관광객을 위한 돈벌이로, 기생하는 삶으로 바꾸어버린 자본이 무섭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지금의 아프리카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순수, 역사, 오랜 과거가 고스란히 살아있다는 것이 그들을 누르고 함부로 대하는 이유가 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는.
탄자니아로 진입해서 한참을 달리는 동안 만난 또 하나의 풍경은 수도 아루샤의 잘 사는 사람들이었다. 농사를 짓고, 닭을 키우고, 자전거를 몰고, 심지어 비싼 외제차도 집집마다 들여놓은. 이렇게 서로 다른 아프리카가 공존하고 있다니.
그리고 원래 척박하고 거친 줄로만 알았던 아프리카가 우기에는 이렇게 푸른 초원과 대지와 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 차를 타는 동안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신기하게도 쏴아-- 뚝. 바깥의 풀들은 물기를 머금고 지구상 어느 곳의 풀, 나무보다 더 선명한 초록으로 빛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목마름을 한번에 해결하려는 듯이. 경이의 땅.
밤에는 어제에 이어 별자리 공부를 계속했다. 오늘 만난 건 노인성과 마젤란 은하. 노인성을 보면 장수한다는 말이 있다는데 '노인성'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과 달리 너무 초롱초롱 빛나고 있어 신기했다. 나도 오래살겠다. 별론데^^;; 그리고, 진짜는 나의 마젤란 은하. 은하수 근처에 있었는데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외계 은하란다. 외계라닛!! 어쩜 나의 진짜 고향인지도 모른다. 저기서 나의 동족들이 날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련하구나. 마젤란.
다음날.
아침 5시 쯤? 옆에 외국인 언니들 블라블라 소리에 잠을 깼다. 일어날까 하다가 너무 이르다 싶어서 그냥 편이 엎어져 있는데 슬금슬금 여섯 시. 안 되겠다 싶어 독서등을 켜고 어제 지나간 일기를 썼다. 후회 ㅠㅜ. 잠깐 잠깐 사이마다 안 썼더니 기억이 뒤죽박죽, 한꺼번에 쓰려니 자잘한 기억들이 묻히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쉬는 시간마다가, 덜컹이는 메뚜기 안에서도 끄적이기로 했다. 일기를 마무리하다간 씻질 못할 것 같아 간단한 메모만 하고 일어났다. 텐트 안은 깜깜한데 밖은 환하게 밝다니. 이런.
일어나 후레이크와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오늘 떠날 사파리용 짐을 따로 챙겼다. 그러고 있는데 스네이크 박물관엘 간다는.. 덕분에 챙겼던 빨랫감을 던져 두고 뱀친구들을 만났다. 가장 귀여웠던 건 마스카라 도마뱀하고 모모에 나오는 토라박사처럼 생긴 거북이.ㅋㅋ 악어도 만나고.
후다닥 돌아와 빨래를 하는데 누군가 "날범?" 하는 소리가 들렸다. 환전 하러 아루샤 시내로 가려고 버스 대기 중이란다. 빨래 후다닥 널고 차에 타니 맨 앞 햇볕 쨍쨍 자리만.ㅠ 그래도 덕분에 킬리만자로 다음이라는 메로산의 구름에 덮힌 얼굴을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다.
아루샤 시내 도착. 드디어 아프리카에 와서 처음 환전이다. 탄자니아 실링은 1USD=1300실링. 와우, 우리나라 돈보다 비싸다. 누가 물가 싸댔어! 암튼 100달러를 바꾸고 나니 뭔가 부자된 기분이다.ㅋㅋ 아예 물건 사러 마트부터 들렀다. 내가 사랑하는 파인애플과 나랑하주스! 토마토와 맥주를 사니 800실링..ㅠ 진짜 물가가 장난아니다. 5000원 하는 오렌지는 손도 못댔다.
잠시 뒤에 들른 재래시장. 헤모와 중하가 모자 사러 갔다가 혼쭐난 시장에 단체로 입성했다. 처음으로 자연스런 도찰. 그래도 시장의 흥성거림과 살아있는 삶의 현장을 가까이서 만나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가장 귀여운 표정의 아프리카 아가를 카메라에 담았다. 엄마 등에 업혀있는. 빼곰히 내민 눈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나저나 캠프 안 잠바에 놓고 온 지갑과 카드가 불안하다..ㅜㅜ 난 왜 이러는 것이야. 서둘러 돌아온 캠프장에 무사히..ㅎㅎ!
점심은 마카로니 샐러드와 햄과 빵이다. 파인애플을 열심히 먹고 또 해바라기 설거지를 하고, 까작까작 마른 빨래들을 챙겨 짐을 꾸렸다. ㅠㅠ 더러워진 잠바를 이제야 주머니에 넣을 생각을 하다니. 하여튼. 텐트 개고 준비해서 어서 응고롱고로로!!
모둠별로 한 차를 타게 되었는데 우리 치타 모둠은 완전 친절하게 생긴 아저씨를 만났다. 게다가 천장이 뻥뻥 뚫리는 차라니..ㅋㅋ 우리 모둠인 쑤, 늘, 나, 어딘, 그리고 호프와 야리가 한 차를 탔다. 지나는 길에는 마사이마라를 지나면서 다시 많은 마사이들을 만났다. 중간에 웃통을 벗은 마사이 청년들을 보았는데 노동으로 다져진 근육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마냐라 호수. 아프리카가 이런 푸른초원에서 정글로 이어진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런 속에 저렇게 큰 물이 숨어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오늘 내 생애 처음으로 바오밥 나무를 만났다. 어느 겨울, 어린왕자 연극을 통해 그림자로 만났던 나의 어린왕자가 저 바오밥 나무 아래에서 사막여우와 인사를 나누었을 거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었다.
다시 달리는 차. 한참을 달려 캠프장에 도착했다. 마을과 인접한 아담한 캠프장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안마당이 다 우리 차지. 오늘도 둥글게 둥글게 텐트를 치고 마실을 나갔다. 마을을 걸으면서 사람들하고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는데 동네 아이 셋이 나타나(찰스, 제프리, 제프리의 동생) 우리 옆에 찰싹 붙는다. 나도 제프리와 통성명도 하고 응고롱고로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는 비겁하게도 한 발 비켜 제프리를 만났다. 제프리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른 일행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하고 있는데 제프리와 친구들이 앞서간 식구들의 위치를 알려주고 친근하게 구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나도 이름을 알려주어야겠다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왔어요? 볼펜은 없어요? 나 학교에 가야 하는데 1달러만 주면 나눠 쓸테니 주세요." 등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툭 내려앉았다. 내 이름을 말해주어야겠단 생각도 쏙 들어가고. "친구하자는 거 아니었어?"라고 물었더니 뭔가 시큰둥한 반응들이다. 그 말을 하고 보니 나도 이름도 선뜻 말하지 못해놓고 웬 친구인가 싶어 내가 뱉은 말도 맘에 들지 않았다. 이런.. 이런 인간관계 정말 별로다.
결국 헤모가 가진 새콤달콤으로 끝내고 마려는데 안재성 선생님이 "우리도 미군에게 초콜릿도 받아먹고 달러도 받았는데 자존감 없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반미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데?"라고 이야기하시는 게 아닌가. 혼란스러웠다. 나는 자존감이 없어질만큼의 동경을, 반대로 우리같은 외부인을 미워하는 감정도 바라지 않았다. 뭐가 옳은 건지. 안재성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낮게 보지 않는, 그래서 용돈도 마음 편히 줄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아이들에게 그럴 리는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고. 그 아이들이 이 이후에 사람들에게 똑같이 손을 벌리게 되고, 관광객들은 아이들을 낮춰보고 쉽게 볼테고, 그러면 그걸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잘 견디고 잘 받아들이면서 자랄 수 있을까? 우리의 위선적인 태도, 시선이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두려웠다.
어쨌든 돌아온 숙소. 오늘밤은 저녁이 완전 근사했다. 아프리카에서 이렇게 갖춰진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될 줄은. 밥, 미트볼 스파게티, 샐러드, 감자로 배를 잔뜩 채우고 샤워도 깨끗하고 조용한 1인용 화장실에서 할 수 있었다.
식사 후에는 하림의 '마사이 소년'이란 노래를 배웠는데 지금은 동물들의 땅이 되어버린 그래서 마사이들을 쫓아낸 그 땅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신발 없이 살단 마사이에게 폐타이어 샌들이 신겨지게 된 이야기를 담은 노래였다. 그렇게 가슴 아픈 마사이들의 역사를 아름다운 선율에 녹여낸 하림이 멋졌다.
저녁을 먹고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웃다 '날범과 사자'라는 제목의 돌림시가 탄생했다. 갑자기 하림의 청으로 애송시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 차례가 되자 머릿속이 하얘졌다는. 그리고 '폴 발레리'의 시와 고정희의 '고백'과 '최승자'의 시가 만나고 결국은 '제물'을 주제어로 돌아가며 한 줄씩 시를 지어서 나를 제물로 바치는 시가 만들어졌다.
오늘 이 순간을 기다렸소
날 잡아 잡수세요
살려주세요!
도망갈테면 도망쳐 봐
죽기 전에 물 한 잔만 주세요
삽을 줄테니 우물을 파거라
네에
이 다음엔 사자가 사실은 물을 마르게 한 죄로 사자가 되어버린 왕자였다느니, 그래서 다시 왕자가 되어 나와 결혼을 했다느니 별별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대단한 돌림시, 아니 이야기. ㅋㅋ 그러다 결국은 세렝게티에서 나를 제물로 바치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에라, 모르겠다. 제물로 바치든지 말든지 잘 자야지. 시간이 아깝지 않게.
일어나 후레이크와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오늘 떠날 사파리용 짐을 따로 챙겼다. 그러고 있는데 스네이크 박물관엘 간다는.. 덕분에 챙겼던 빨랫감을 던져 두고 뱀친구들을 만났다. 가장 귀여웠던 건 마스카라 도마뱀하고 모모에 나오는 토라박사처럼 생긴 거북이.ㅋㅋ 악어도 만나고.
후다닥 돌아와 빨래를 하는데 누군가 "날범?" 하는 소리가 들렸다. 환전 하러 아루샤 시내로 가려고 버스 대기 중이란다. 빨래 후다닥 널고 차에 타니 맨 앞 햇볕 쨍쨍 자리만.ㅠ 그래도 덕분에 킬리만자로 다음이라는 메로산의 구름에 덮힌 얼굴을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다.
아루샤 시내 도착. 드디어 아프리카에 와서 처음 환전이다. 탄자니아 실링은 1USD=1300실링. 와우, 우리나라 돈보다 비싸다. 누가 물가 싸댔어! 암튼 100달러를 바꾸고 나니 뭔가 부자된 기분이다.ㅋㅋ 아예 물건 사러 마트부터 들렀다. 내가 사랑하는 파인애플과 나랑하주스! 토마토와 맥주를 사니 800실링..ㅠ 진짜 물가가 장난아니다. 5000원 하는 오렌지는 손도 못댔다.
잠시 뒤에 들른 재래시장. 헤모와 중하가 모자 사러 갔다가 혼쭐난 시장에 단체로 입성했다. 처음으로 자연스런 도찰. 그래도 시장의 흥성거림과 살아있는 삶의 현장을 가까이서 만나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가장 귀여운 표정의 아프리카 아가를 카메라에 담았다. 엄마 등에 업혀있는. 빼곰히 내민 눈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나저나 캠프 안 잠바에 놓고 온 지갑과 카드가 불안하다..ㅜㅜ 난 왜 이러는 것이야. 서둘러 돌아온 캠프장에 무사히..ㅎㅎ!
점심은 마카로니 샐러드와 햄과 빵이다. 파인애플을 열심히 먹고 또 해바라기 설거지를 하고, 까작까작 마른 빨래들을 챙겨 짐을 꾸렸다. ㅠㅠ 더러워진 잠바를 이제야 주머니에 넣을 생각을 하다니. 하여튼. 텐트 개고 준비해서 어서 응고롱고로로!!
모둠별로 한 차를 타게 되었는데 우리 치타 모둠은 완전 친절하게 생긴 아저씨를 만났다. 게다가 천장이 뻥뻥 뚫리는 차라니..ㅋㅋ 우리 모둠인 쑤, 늘, 나, 어딘, 그리고 호프와 야리가 한 차를 탔다. 지나는 길에는 마사이마라를 지나면서 다시 많은 마사이들을 만났다. 중간에 웃통을 벗은 마사이 청년들을 보았는데 노동으로 다져진 근육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마냐라 호수. 아프리카가 이런 푸른초원에서 정글로 이어진다는 것도 신기한데 그런 속에 저렇게 큰 물이 숨어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오늘 내 생애 처음으로 바오밥 나무를 만났다. 어느 겨울, 어린왕자 연극을 통해 그림자로 만났던 나의 어린왕자가 저 바오밥 나무 아래에서 사막여우와 인사를 나누었을 거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었다.
다시 달리는 차. 한참을 달려 캠프장에 도착했다. 마을과 인접한 아담한 캠프장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안마당이 다 우리 차지. 오늘도 둥글게 둥글게 텐트를 치고 마실을 나갔다. 마을을 걸으면서 사람들하고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는데 동네 아이 셋이 나타나(찰스, 제프리, 제프리의 동생) 우리 옆에 찰싹 붙는다. 나도 제프리와 통성명도 하고 응고롱고로 이야기를 했다. 사실 나는 비겁하게도 한 발 비켜 제프리를 만났다. 제프리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른 일행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하고 있는데 제프리와 친구들이 앞서간 식구들의 위치를 알려주고 친근하게 구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나도 이름을 알려주어야겠다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왔어요? 볼펜은 없어요? 나 학교에 가야 하는데 1달러만 주면 나눠 쓸테니 주세요." 등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툭 내려앉았다. 내 이름을 말해주어야겠단 생각도 쏙 들어가고. "친구하자는 거 아니었어?"라고 물었더니 뭔가 시큰둥한 반응들이다. 그 말을 하고 보니 나도 이름도 선뜻 말하지 못해놓고 웬 친구인가 싶어 내가 뱉은 말도 맘에 들지 않았다. 이런.. 이런 인간관계 정말 별로다.
결국 헤모가 가진 새콤달콤으로 끝내고 마려는데 안재성 선생님이 "우리도 미군에게 초콜릿도 받아먹고 달러도 받았는데 자존감 없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반미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데?"라고 이야기하시는 게 아닌가. 혼란스러웠다. 나는 자존감이 없어질만큼의 동경을, 반대로 우리같은 외부인을 미워하는 감정도 바라지 않았다. 뭐가 옳은 건지. 안재성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고 낮게 보지 않는, 그래서 용돈도 마음 편히 줄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아이들에게 그럴 리는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고. 그 아이들이 이 이후에 사람들에게 똑같이 손을 벌리게 되고, 관광객들은 아이들을 낮춰보고 쉽게 볼테고, 그러면 그걸 보고 자라는 아이들은 잘 견디고 잘 받아들이면서 자랄 수 있을까? 우리의 위선적인 태도, 시선이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두려웠다.
어쨌든 돌아온 숙소. 오늘밤은 저녁이 완전 근사했다. 아프리카에서 이렇게 갖춰진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될 줄은. 밥, 미트볼 스파게티, 샐러드, 감자로 배를 잔뜩 채우고 샤워도 깨끗하고 조용한 1인용 화장실에서 할 수 있었다.
식사 후에는 하림의 '마사이 소년'이란 노래를 배웠는데 지금은 동물들의 땅이 되어버린 그래서 마사이들을 쫓아낸 그 땅에 아스팔트가 깔리고 신발 없이 살단 마사이에게 폐타이어 샌들이 신겨지게 된 이야기를 담은 노래였다. 그렇게 가슴 아픈 마사이들의 역사를 아름다운 선율에 녹여낸 하림이 멋졌다.
저녁을 먹고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웃다 '날범과 사자'라는 제목의 돌림시가 탄생했다. 갑자기 하림의 청으로 애송시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 차례가 되자 머릿속이 하얘졌다는. 그리고 '폴 발레리'의 시와 고정희의 '고백'과 '최승자'의 시가 만나고 결국은 '제물'을 주제어로 돌아가며 한 줄씩 시를 지어서 나를 제물로 바치는 시가 만들어졌다.
오늘 이 순간을 기다렸소
날 잡아 잡수세요
살려주세요!
도망갈테면 도망쳐 봐
죽기 전에 물 한 잔만 주세요
삽을 줄테니 우물을 파거라
네에
이 다음엔 사자가 사실은 물을 마르게 한 죄로 사자가 되어버린 왕자였다느니, 그래서 다시 왕자가 되어 나와 결혼을 했다느니 별별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대단한 돌림시, 아니 이야기. ㅋㅋ 그러다 결국은 세렝게티에서 나를 제물로 바치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에라, 모르겠다. 제물로 바치든지 말든지 잘 자야지. 시간이 아깝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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