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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3 불청객(2010.11.20.) by 비단구두
  2. 2010.12.13 옥희의 영화(2010.11.20.) by 비단구두
  3. 2010.12.13 이파네마 소년(2010.11.25.) by 비단구두
  4. 2010.12.09 레인보우(2010.12.08) by 비단구두
  5. 2010.12.09 쩨쩨한 로맨스(2010.12.12.) by 비단구두
  6. 2010.12.09 이층의 악당(2010.12.11.) by 비단구두
  7. 2010.07.21 퍼머넌트 노바라(2010.07.20) by 비단구두
  8. 2010.07.21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3(2010.07.20) by 비단구두
  9. 2010.07.21 미스터, 노바디(2010.07.19) by 비단구두
  10. 2010.07.21 바론 클럽(2010.07.19) by 비단구두

불청객
감독 이응일 (2010 / 한국)
출연 김진식,원강영,이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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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청객 ★★☆ - 혼자서

  만년 고시생 진식은 시험을 앞두고 슬럼프에 빠져 있다. 진식과 같이 반지하 자취방에 살고 있는 취업준비생 강영과 응일은 폐인처럼 잠만 자며 인생을 허비하고 있다. 이 집에 어느날 큰 폭발음이 나며 정체 모를 소포상자가 떨어진다. 진식이 상자를 열자 4차원의 포인트맨이 나타나 은하연방 론리스타 수명은행과 계약이 성립됐음을 알린다. 포인트맨의 초능력에 의해 집과 함께 우주로 납치된 세 사람 진식, 강영, 응일.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포인트맨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데…

 영화제 소개글. 큰 폭발음이 나더니 어느 자취방 앞에소포상자가 떨어진다. 두 백수와 만년 고시생이 상자를 열자 4차원의 포인트맨이 나타나 은하연방 론리스타 수명은행과 계약이 성립했음을 알린다. 포인트맨이 수명을 뺏으려 하는 가운데 우주로 납치된 세 사람.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놀라운 비주얼의 독립장편SF환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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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된 B급 영화. 심지어 팜플릿은 회색 갱지 종이라는.ㅋ 
  88만원 세대 쪽방에 들어앉은 고시생들과 '론스타'를 떠올리게 하는 은하연방 론리스타의 계약, 그리고 쪽방을 똑 떼어다가 우주공간을 둥둥 떠다니게 만드는 발랄한 창의력이 놀라운 작품. 그렇지만 포인트맨과 갈등이 약해 늘어지는 감이 있고, 시력약화가 걱정되는 <우뢰매>를 방불케 하는 비주얼, 주인공들의 연기가 흡인력이 부족하다는 약점이..ㅡㅡ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화 시작에 앞서 단편처럼 붙은 <감독 인터뷰>와 빵터지게 만들었던 엔딩 크레딧. 엔딩 '도움주신 분들'에 "○○○(우리 가족)"에 이어 아인슈타인, 마그리트, 에셔까지 등장할 줄은..ㅋㄷ 암튼, 이 용감한 감독의 대담한 SF영화가 묻히지 않고, '덜 놀라운(일반적인)' 비주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앗, 오해하지 마시길. 별점이 낮은 건 영화가 별로라기보다 내 스스로 감독의 상상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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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희의 영화
감독 홍상수 (2010 / 한국)
출연 이선균,정유미,문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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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희의 영화 ★★★☆☆ - 혼자서

  <옥희의 영화>는 <주문을 외울 날>, <키스 왕>, <폭설 후>, <옥희의 영화>란 네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편들을 통해서 세 명의 중심 인물들이 역할의 차이와 중첩을 가지면서 계속 등장한다. 마지막 <옥희의 영화> 편의 내용은 이렇다:

 영화과 학생 옥희는 자신이 사귀었던 한 젊은 남자와 한 나이 든 남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아차산이란 곳에 만 일 년을 사이에 두고 각 남자와 한 번씩 찾아왔던 경험을 영화적으로 구성해본 것이다: 그 산에서 각기 다른 두 남자와의 경험을 공간별로 짝을 지어놓고 보여준다. 주차장, 산 입구, 정자 앞, 화장실, 목조 다리 앞, 산 중턱 등의 공간에서 각자 다른 행동과 대화들, 그들과의 모습이 짝지어 보여지면서 우린 두 경험 사이의 차이와 비슷함을 구체적으로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린 옥희와 두 남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어떤 총체적 그림을 보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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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균, 정유미, 문성근의 만남. 이전 영화 <첩첩산중>을 떠오르게 한다. 첩첩산중과 동일한 배우들, 비슷한 인물군, 게다가 네 편의 단편이 자꾸 겹치면서 큰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는 게, <첩첩산중>을 전체 제목으로 붙여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한 편이 하나의 그림이면서 전체가 합쳐지는 그림. 더 분명하기도 하고 모호하기도 한.

  그렇지만, <첩첩산중>을 본 내게는 그의 전작 <하하하>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같은 신선한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 이선균의 찌질함이 발견이었다면 발견? 내가 예뻐하는 배우, 정유미도 캐릭터가 굳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심지어 '홍상수'를 잠시 쉬어야겠단 생각마저 들었다. 창호의 말처럼 역치에 너무 가깝게 온 건지, 더 이상 내 안에서 홍상수가 팔딱이질 않는 걸.

  그래도 한 마디,
  "내 영화가 살아있는 생물, 유기체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과, 123 312 213으로 변주가 가능한 그의 음악적, 철학적 감각은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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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네마 소년
감독 김기훈 (2010 / 일본,한국)
출연 이수혁,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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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파네마 소년 ★★★★☆ - 혼자서
 

  바다가 속삭이는 두.번.째.사.랑. 이야기 | 첫사랑의 아픔이 있는 소년 소녀, 여름 해변에서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하다..

  첫사랑과 이별한 소년은 헤어진 여자친구가 점점 잊혀지는 게 두렵다. 소년은 그런 속마음을 상상 속 ‘유령 해파리’에게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소년은 바닷가에서 우연히 소녀를 만나 어떤 기억 하나를 떠올린다. 서로를 지켜보던 어느 날 소년은 소녀에게 바다 속 깊은 곳에 다른 사람의 꿈으로 헤엄쳐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이 있다고 알려주고, 소녀는 조금 엉뚱한 소년이 점점 좋아진다. 서로에 대해 점점 알아가던 어느 날, 소년이 갑자기 없어지자 소녀는 불안해하며 그를 찾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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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렷하게 보이는 것만 눈에 박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하지 않은, 몽환적인, 경계에 선 불안한, 그런데도 마음을 건드리는 것들이 있다. 이 영화가 그렇다.
  소녀와 소년이 만나서 사랑을 시작하게 된 건지, 소년도 실재하지 않는 꿈은 아닌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모르더라도 좋다. 그냥 순수하게 꿈 속의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그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수혁의 목소리도 기분 좋다. 

  바닷속 깊은 곳에 문이 하나 있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른 사람의 꿈 속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그래서 깨지 못하면 그 꿈 속에 갇히는 거라고. 아직은 문을 찾아 나올 수 있으며, 이 비밀을 가르쳐 준 것이 유령해파리라고.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유령해파리를 믿는 소년을 걸어나오게 한 이 영화가 맘에 든다. 그리고, 영화에 가끔씩 끼어드는 동화같은 그림도 예쁘다. 남해인지 상주인지 송정인지 하는 바닷가의 둥근 곡선도 파란 바다도 아름답다. 가끔은 시 같은 동화 같은 영화도 와주면 좋겠다. 이렇게.

  -- 시작부터, 끝을 생각하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라도 유령해파리가 말했다.

  -- 다 잊는 거, 다 기억하는 거 결국 같은 거 아닐까?

  -- 우리의 시간들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안다. 내가 늘 그 아이의 꿈을 꾸고 있으니까.

  
  어쩌면, 꿈은 삶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조차도 크게 보면 꿈의 꿈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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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감독 신수원 (2009 / 한국)
출연 박현영,백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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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 혼자서 ★★★★★

  서른 아홉 엄마와 열 다섯 아들의 파.란.만.장. 사춘기 | 꿈꾸는 당신을 위한 일곱 빛깔 희망 비트 당신 마음에 무지갯빛 희망이 스민다!

  영화감독의 꿈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지완. 수년 동안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쳤지만 입봉의 길은 멀기만 하다. 어느 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운동장을 달리던 그녀는 물웅덩이 속에서 반짝이는 무지개를 본 뒤, 새 작품을 준비할 희망을 얻는다. 운명처럼 다가온 지완의 판타지 음악영화 <레인보우>는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까.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엑스트라 인생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의 영화. 감독지망생의 고충을 리얼하고 재기 넘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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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감독지망생의 성장담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기보다 여전히 꿈을 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처음엔 담담하게 시작했다가 어느샌가 눈물이 베어나오게 만드는 영화.
  
  지완은 안정직이라는 선생을 그만두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나선다. 남편은 몇 년째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설쳐대는 마누라 때문에 극장 근처에는 얼씬도 않고, 하나뿐인 아들은 엄마의 예술적 기질을 닮아 밴드를 하고 싶어하면서도 엄마가 창피하고 바보라고 말한다. 거기다 컨셉을 잡아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고 현장스케치를 하면 금방 만들어질 줄 알았던 영화는 지지부진. 새로 들어간 영화사 피디는 지완을 응원했다가 시나리오를 폄하했다가 사람을 들었다 놓는 데 선수다.
  그리고 아들 시영. 엄마를 놀리는 음악은 곧잘 만들어내면서도 정작 학교밴드에선 걸레질만 하는 신세다. 새로 산 기타도 형들에게 빼앗기고 맞고 다니면서도 밴드를 그만두겠단 소리는 절대 안한다. 그러더니 엄마가 우연히 가져 온 악보에 빠져 어려운 코드를 연주해내고, 엄마 시나리오 속 대사로 자작곡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기에 이른다. 무대 울렁증 때문에 뒤돌아 서서 연주를 할 지라도.ㅎ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엔 엄마를 닮은 아들과, 아들에게 구박을 당하면서도 아들을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엄마, 그리고 두 사람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지겨워하면서도 영화는 잘 돼 가냐고 묻는, 아들의 공연장에 조용히 찾아와주는 아빠. 이런 게 가족이, 행복이 아닐까. 
  
  그리고, 영화 속 은근히 와 박히는 말들.

  "엄마, 루저가 뭐야?" - "잃을 게 없는 사람이지."
  "그럼 위너는?" - "그야 더 이상 얻을 게 없는 사람이지."

  "왔다갔다 헤매이며 꿈을 꾸다 지쳐가네 /
   날 알아보지 못해 주위를 맴돌지만, 날 알아보지 못해 어디든 갈 수 있어." <행인3>

  꿈을 꾸는 사람은, 크게 한 방이 아니라도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웃음과 용기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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쩨쩨한 로맨스
감독 김정훈 (2010 / 한국)
출연 이선균,최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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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쩨쩨한 로맨스 - 쥬리랑 둘이서 ★★★☆☆

  지구 역사상 가장 발칙한 커플탄생, 므흣한 상상이 현실이 된다!
  ‘뒤끝작렬’ 성인만화가와 ‘허세작렬’ 섹스칼럼니스트의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19금 발칙 연애담!

   만화를 그리자는 거에요? 논문을 쓰자는 거에요? 천재적인 그림실력은 가졌으되, 지루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로 인해 그리는 족족 퇴짜를 맞는 만화가 정배! 여지없이 출판사의 퇴짜를 맞던 어느 날! 무려 1억 3천의 상금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전 소식에 스토리 작가를 찾게 되는데!!

   나, 섹스칼럼니스트라구요~ 성인잡지 번역 일을 하고 있지만, 넘치는 창의력으로 인해 일하는 족족 사고를 치고 결국 해고 당하는 다림! 새로운 직장을 찾아 헤매던 어느 날! 어마어마한 상금에 넘어가 정배와 함께 성인만화를 만들게 되는데..

   너, 경험 없지? VS 다 내 경험담이라니까! 뒤끝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정배와 온갖 이론과 말발로 무장한 다림의 한치의 양보도 없는 공동작업은 첫 날부터 티격태격 삐그덕 거리기만 하고.. 과연 예정된 마감일까지 완성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만 한데...

 세상을 놀라게 할 섹시 성인만화 완성을 위한 열혈 제작기! 누구도 본 적 없는 19금 발칙 연애담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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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하는 배우, 최강희와 이선균의 만남만으로도 충분히 땡겼던 영화. 예술적 기질은 있으나 먹고 살기 힘들고 자꾸 오그라들기만 하는 두 주인공의 설정도, 아는 척 하는 데 선수지만 알고보면 숙맥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도 좋았다. 그렇지만 가장 좋았던 건 만화적인 설정!! 영화를 보면서 나를 우옷!! 하게 만들었던 장면은 다림의 성인 잡지 따라하기 시리즈가 아닌 만화 속 인물이 책상 위로 올라와 컵을 건드리고 주인공의 눈앞에서 액션을 선보이던 그 장면들이다. 그 신선한 자극이란!! 그러나, 안타까웠던 것은 그 놀라운 발랄함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 만화대상 시상식장에서 둘이 만나 극적으로 화해하는 진부한 결말로 급하게 끝맺지 않았더라면, 좀더 팔딱이는 만화같은 상상력이 동원됐더라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달되는 신선도도 더 오래 유지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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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의 악당
감독 손재곤 (2010 / 한국)
출연 한석규,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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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층의 악당 - 이선영, 최경수, 박현인 샘이랑 ★★★★☆

  이 집에는 뭔가 수상한 비밀이 있다!

  연주는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가 무료하고 일상에 지쳐있는 까칠한 여자로,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여중생 딸 성아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게 된 그녀는 비어있는 2층을 세놓기로 결정한다. 때 마침, 이 평범하지 않은 모녀의 주위를 돌며 그녀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던 창인. 자신을 작가라 밝힌 그는 소설을 쓰기 위해 두 달간만 지내겠다며 2층 방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 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창인은 모녀가 집을 비우면 1층으로 내려와 무언가를 찾는 듯 수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이를 지켜본 동네 주민들은 그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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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송재곤 감독이 아니었으면 놓쳤을 지도 모르는 영화. 감독과 배우가 참,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지 않지만 엉뚱한 상황 속에 긴장을 놓치 않게 만드는 것이 감독의 특기인 것 같다. 거기다 사춘기 딸과 지지고 볶고 살면서 신경예민에 우울증을 앓는, 그러면서도 나이어린 경찰관까지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의 그녀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다. 김혜수는 연주를 있을법한 인물로 존재하게 한다. 그리고, 창인 역의 한석규. 사기꾼에 전문밀매업자이면서, 굉장히 섬세하고 소설가로 둔갑할만큼 지적인 외모를 가진, 거기다 목소리는 진정성이 담긴 창인을 한석규 말고 누가 해낼 수 있었을까.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창인으로 확실하게 한 판 놀아내는 그가 영화를 빛나게 했다. 그리고, 옆집 아줌마와 딸도 역할에 안성맞춤. 외모 컴플렉스를 잘 녹여낸 이 두 인물이 아니었다면 연주와 창인이 조금 더 멀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층의 악당,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가 될 지도 모르는 소재로 정말 어딘가 이런 사람들이 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힘 있는 영화다. 어딘가 위안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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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넌트 노바라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2010 / 일본)
출연 칸노 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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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머넌트 노바라 ★★★★☆ -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해평샘이랑

  일본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여자들의 삶을 소박하게 담아낸 영화.
  미장원에서 3개월 짜리 아줌마 파마를 하는 아줌마들의 걸쭉한 입담으로 시작하는 여자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혼녀인 나오코, 바람 난 남편을 버리지 못하는 마사코, 남자들에게 끊임없이 버림받고 학대를 당하면서도 사랑을 찾으려 했으나 도박에 빠져 사라진 남편을 그리워하는 토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자들의 삶이란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어야하는 운명을 타고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

  주변에서 힘든 사랑을 했던 친구들, 그 사랑 때문에 지금도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속상한 것들이 자꾸 생각나는 영화였다. 어쩌면, 나는, 아직 두려움을 떨치지 못해서 나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사랑이란 건 아줌마 파마만 하던 중년의 여자에게도 여배우같은 머리를 하게 하고 싶게 만드는, 소녀로 만드는 순수함을 주는 마약 같은 것 같다. 전봇대를 전기톱으로 썰어내야 풀리는 만큼의. 그것마저도 불꽃놀이로 바꾸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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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요가 34 / 마스터피스 / 우리 집엔 시체가 있어요 /
요나의 거대한 향수병 / 어느 심부름꾼의 운명
★★★☆ -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해평샘이랑

생활 요가 34장
감독 클라우디오 로베르토,고르디프 (2009 / 브라질)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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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피스
감독 최원재 (2009 / 한국)
출연 최원재,안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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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시체가 있어요
감독 콩 파후락 (2010 / 태국,일본)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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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의 거대한 향수병
감독 브린 하이니 (2010 / 독일)
출연 젠스 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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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심부름꾼의 운명
감독 심온 (2010 / 한국)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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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활요가 34장은 귀여운 클레이애니와 요가의 결합으로 잔잔한 웃음이
2. 마스터피스는 작가의 종이와 연필, 카메라를 가지고 놀면서 머릿속을 파헤치는, 놀라운 상상력과 기발함이
3. 우리 집엔 시체가 있어요 에서는 시체를 없애기 위한 엉뚱한 갖가지 방법들이
4. 요나의 거대한 향수병은 우주 공간을 작은 나무배 하나로 떠돌면서 지구의 가족과 깡통컵 전화기로 끊임없이 통화를 시도하는 아기자기한 설정이
5. 어느 심부름꾼의 운명에서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전개를 설득력있게 그려내는 배우들의 힘이

좋았다. 단편영화치곤 아주 괜찮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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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노바디
감독 자코 반 도마엘 (2009 / 독일,프랑스,캐나다,벨기에)
출연 제어드 레토,사라 폴리,다이앤 크루거,린 당 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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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 노바디 ★★★★★★★★★★ -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해평샘이랑

  제 8요일로 유명한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의 영화라는 것만으로 끌렸던, 그리고 고맙게도 날 선택해 준 영화. 원래 19일 프로그램에 없었으나 17일에 갑작스레 프로그램이 바뀌어 내가 볼 수 있는 행운을!

  주인공 니모는 세 아이들의 아버지로 평범한 삶을 살던 남자였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냉동인간 상태로 보관되어 2092년 먼 미래에 자연사하는 유일한 인류로 인터뷰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니모는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기억을 지우지 못한 채로 태어나 모든 기억을 갖고 있으며, 현실과 꿈을 오가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꿈과 현실을 오가며 마지막 남은 자연인으로 사람들에게 사랑과 꿈의 중요함을 알리고 생을 마감한다.

  
  영화를 보면서 난 너무 놀랐다. 감독의 머릿속이 꼭 내 머릿속을 반쯤은 복사한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와 닮은 무의식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또 살고 있다니. 아마도 자코 반 도마엘 감독을 현실에서 만나긴 어렵지만, 내 다른 세상인 꿈에서는 얼마든지 만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이유 때문에 난 이 영화를 절대로 잊지 못할 것 같다. 마치, 운명처럼 만난 영화다.

  나도 그랬다. 니모처럼,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은 그냥 하나의 차원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현실보다 더 많은 세계가, 차원이 펼쳐지는 꿈이 진짜라고 믿었던 거다. 다섯 살 땐가? 혼자 웅크려 앉은 방 안에서 멍하게 있다가 방을 잃었다. 그리고 다른 세상에 잠깐 있다 왔는데 5분 정도밖에 안 됐다고 믿었던 그 시간이 두세 시간이나 지나있었다. 그날부터 난 현실이 중요하지 않았다. 더 크고 넓은 다른 차원의 세계가 더 중요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니모가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 수도 없이 이어지는 얽혀있는 철길들. 그 철길들을 나도 꿈에서 자주 만났다. 나도 꿈에서 그런 철길들 위를 수도 없이 지난다. 처음에는 하나였다가 수도 없이 겹치는 철길, 뿐만 아니라 난 어릴 적 어지럼증이 있었고, 화면조정이 끝난 티비 화면 속의 검정 흰색 점들 사이에서도 수많은 차원의 그림들을 발견하곤 했었다.
  그리고 밤이면 정말 많은 꿈들을 꾸었다. 꿈속에서 난 현실과 비슷한 장면에서 출발하지만 어느 순간 현실과 전혀 다른 모습들이 눈 앞에 그려졌다. 그리고 수많은 선택을 마주해야 했다. 그럴 때면, 갑자기 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른 차원의 문을 힘겹게 열었다. 그러나 차원을 넘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를 써야 해서 간혹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정말 내 방으로 돌아오지 못할까봐 그 꿈 속에 갇힐까봐 너무나 무서웠다.
  그럴 땐, 반드시 내 방의 문고리를 열고 들어와 내 자리에 누워야했다. 그리고 사력을 다하면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운이 정말로 나쁜 땐 방문을 열고 나가면 어느 순간 괴물처럼 변하는 엄마와 이상한 사람들이 가득한 동네를 만나기도 하고, 심지어 창밖으로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들의 다리가 지나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리고 몇 년에 한 번씩 같은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 꿈을 기억했다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지점에서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해 보곤 한다. 두려운 일이지만. 그리고 아주 오래전 그 꿈에서 만났던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나기도 한다. 미스터 노바디에 제 8요일의 주인공이 스쳐지나간 것처럼.
  또, 내 꿈에선 우주도 많이 등장한다. 먼 하늘 끝이 아니라 내 머리 위에 바로 토성, 금성, 화성 같은 우주가 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우주를 모빌삼아 흔들기도 하고, 우주의 배치를 내 손으로 퍼즐처럼 바꾸기도 한다. 
  그리고 지구가 종말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지구의 저 끝에서부터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것처럼 건물이 하늘로 사라지고, 사람들도 퍼즐조각처럼 하나하나 뜯어지는. 그런 장면이 미스터 노바디에도 나온다. 그래서, 정말 무섭기까지 했다. 반갑기도 했지만.

  다른 점이라면, 도마엘 감독은 사랑을 주로 꿈꾸고 중요한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꿈을 꾼다는 거다. 난 너무나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그래도 만나면 정말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다면 만나보고 싶다. 꼭. 예전에 경신오빠랑 비슷한 이야기가 통했던 적이 있기는 했다. 그래서 첨 술자리에서 5시간 넘게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른다.


  어딘가, 나처럼 스스로가 외계에서 왔을지도 모른다고 믿는, 지금도 여러 차원을 오가느라 바쁜, 예전보다는 더 여러 세계로 통하는 열쇠를 많이 잃어버린, 안타까운 사람이 있다면 꼭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무래도 며칠 안에 도마엘 감독을 꿈에서는 만날 것 같다. 

  명왕성 어디 쯤에서 풍선 가득 달아 흰 테이블을 띄워 놓고 빨대로 냉커피를 빨아 마시면서 사탕 모양의 베개를 베고 우리가 만나 왔던 차원에 대해 이야기를 실컷 나누었으면 좋겠다. 10개의 해가 하나 둘 떠오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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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단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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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론 클럽
감독 나빌 벤 야디르 (2009 / 프랑스,벨기에)
출연 나더 보우산델,무라데 제겐디,모니르 아잇 하모우,줄리앙 쿠르베이,아멜 차비
상세보기

  바론클럽 ★★★ -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해평샘이랑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발걸음 수를 타고난다. 그래서 그 발걸음 수를 다 채우고 나면 죽게 된다. 그래서 육상선수들이 단명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바론'으로 살자고 맹세했다. 최대한 걷지 않고 일하지 않고 수다나 떨며 그렇게. 라는 컨셉으로 사는 바론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주인공 남자는 하루 빨리 일자리를 찾기를 종용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번듯한 직장을 가진 첫사랑 여자, 진짜 하고 싶은 일인 개그무대에 서는 것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러다, 아버지의 사고로 버스 운전기사가 되고, 집안 분위기에 밀려 결혼도 준비하게 되면서 바론들과 멀어진다. 그러나 원치 않은 결혼이라는 것을 아는 바론들이 결혼을 막고, 원했던 개그 무대에 서게 되지만 결국 사랑을 위해 현실을 택한다.   그리고, 끝까지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던 가장 친한 친구인 바론의 죽음을 보게 된다.

  영원히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려했던, 유럽사회에서 아랍인으로 살면서 사회에 끝까지 편입되는 것을 막으려했던, 철없는 남자들의 이야기. 그렇지만, 현실은 결국 이들의 꿈을 버리게 만든다.
  어쩐지 '가난뱅이의 역습'같은, 아니면 영원히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철없는 사람들의 꿈같은 이야기 같아서, 씁쓸했던 블랙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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