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10.02.26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11.15) by 비단구두
  2. 2010.02.26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11.11) by 비단구두
  3. 2010.02.14 여행자(2009.11.08) by 비단구두
  4. 2010.02.14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2009.10.30.) by 비단구두
  5. 2010.02.14 졸업(2009.10.27) by 비단구두
  6. 2009.12.26 휴먼코메디(2009.10.28) by 비단구두
  7. 2009.12.26 노래하듯이 햄릿(2009.10.22) by 비단구두
  8. 2009.12.26 날아라 펭귄(2009.10.25) by 비단구두
  9. 2009.12.26 내 사랑 내 곁에(2009.10.10) by 비단구두
  10. 2009.11.06 호우시절(2009.10.17) by 비단구두

굿모닝 프레지던트 상세보기



  굿모닝 프레지던트 - 준호랑 ★★★

  건국이래,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통령을 만난다. 
  로또 당첨금 244억 앞에 속앓이 하는 대박 대통령, 이순재. 강렬한 카리스마, 그러나 첫사랑 앞에선 한없이 소심한 꽃미남 싱글 대통령, 장동건. 서민남편의 대책없는 내조로 이혼위기에 처한 여자대통령, 고두심이 펼치는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장진의 유쾌한 청와대 비하인드 스토리.

=============================================================================================

  나는 장진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웰컴투 동막골 등등. 세상의 중심에 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어떻게 살아내는지 위트있게 담아낸 시선이 좋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완벽히 '세상의 중심에 선' 이들의 이야기다. 대통령. 
  드라마에 울고 웃고 로또 때문에 고민하는 소시민적인 대통령 이순재, 젊고 결단력있는 대통령 장동건, 최초의 여자 대통령 고두심이 등장해서 우리가 꿈꾸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구성도 괜찮고 중간중간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아서 심심찮게 킥킥대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왠지 씁쓸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외치기엔 우리 사회가 지금의 대통령이 "굿모닝"을 외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어적인 영화라고 한다면 모를까 너무 낙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를 보고 이런 씁쓸한 생각밖에 할 수 없다는 게 기분이 참 그랬다. 
  그래도 이 영화를 권한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보라고 하고 싶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는, 통일에 대해서도 무조건 안 된다는 닫힌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특히 장동건이 맡은 차지욱 대통령이 미국보다 한민족인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소신껏 정치를 하는 모습은 참 멋졌다. 미국과 북한, 우리의 관계를 너무 복잡하지 않게, 명쾌하게 말해주는 그 대목이 영화를 꽤 괜찮은 영화로 만들었다.


Posted by 비단구두
l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상세보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 송이랑 ★★★★★

 
받은 만큼 돌려준다! 
  독일이 무차별적으로 유대인을 학살하던 2차 세계 대전 시기, 나치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태에 분개한 유대인 출신의 미군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 는 ‘당한 만큼 돌려준다!’는 강렬한 신념으로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아 ‘개떼들’이라는 조직을 만든다. 각각의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조직원들을 모은 알도 레인은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의 한 작은 마을에 위장 잠입해 당한 것에 몇 배에 달하는 피의 복수극을 시작하는데…

===========================================================================================

  박진감 넘치는 피칠갑 영화.ㅋ 타란티노답다. 나는 킬빌처럼 마구잡이로 찔러대는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바스터즈>만큼은 통쾌하게 웃고 떠들고 즐기며 숨죽이고 볼 수 있었다. 영화를 가지고, 영화를 통해 신나게 노는 느낌이 좋았다.(머리 뚜껑 따는 장면은 좀 그랬지만ㅎ)
  세계2차대전을 다루는 영화 중에 이만큼 긴박하고 스릴 있으면서 무겁지 않은 영화가 있을까? 세계2차대전과 히틀러, 독일과 유대인을 등장시키지만 이런 주제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교묘하게도 그 사이의 심리전, 개떼들과 그 반대편의 나치조직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쫓고 쫓기고 되는지, 결국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도록 끌어가는 감독의 플롯이 있을 뿐이다. 
  이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브래드피트의 무식한 알도 레인도 좋았지만 그보다 잔인하고 비열하며 지적이고 교양있고 유머러스하기까지한, 그래서 더 무서운 한스 란다 중위 역의 크리스토프 왈츠가 만들어가는 영화다. 그가 없었더라면 그토록 긴장하고 숨죽이며 영화를 보지는 못했을 것 같다.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배우 한 사람을 알게 되어 더 기뻤던 영화.
  
  본 지 오래돼서 현장감있는 감상을 쓰지 못해 아쉽다. 

'영화는 영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 남매의 집 & 산책가(2009.11.27)  (0) 2010.02.26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11.15)  (0) 2010.02.26
여행자(2009.11.08)  (0) 2010.02.14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2009.10.30.)  (0) 2010.02.14
졸업(2009.10.27)  (0) 2010.02.14
Posted by 비단구두
l

여행자 상세보기



  여행자 - 혼자서 ★★★★☆

  아빠와의 행복한 데이트를 보낸 진희는 내일이면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날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다음 날 아침, 아빠는 진희를 보육원에 맡긴 채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라는 말만 남기고 떠난다.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진희는 말도 안하고 밥도 먹지 않고 보육원을 벗어나려 저항도 해보지만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진희는 조금씩 아빠와의 이별을 준비하는데…

============================================================================================

  아빠는 여행을 가자며 진희에게 새 옷과 새 구두를 사 주고 멀리 버스를 타고 와 보육원에 덩그러니 좋아두고 사라진다. 생일도 아닌데 커다란 생일 케이크와 함께. 아이러니.
  그날부터 진희는 세상에 혼자 버려져 낯설고 두려운 여행을 시작한다. 자신의 삶과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여행을.

  처음 보육원에 버려졌다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철문 꼭대기에 올라가 시위하고 나갔던 진희가 결국 돌아와 차디찬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려 밥솥을 긁던 장면,
  보육원 아이들끼리 화투점을 구경하다 "너도 이제 우리 식구"라는 말에 눈물을 왈칵 쏟던 장면,
  숙희가 함께 입양될 수 있을 거란 말에 그렇게 고집하던 "나 여기 안 떠나"를 버리고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장면,
  숙희와도 떨어져 두 번째 이별을 하고 세상에 대한 분을 이기지 못해 인형의 목을 뽑고 이불을 방망이질하며 울던 장면,
  화투점을 치던 아이들에게 달려들어 "이거 다 거짓말이야"라며 화투를 내동댕이치던 장면,
  그리고 모두가 성당에 간 사이, 죽은 새를 묻었던 자리에 커단 구덩이를 파고 자신이 묻히려 애쓰던 장면,
  그러다 갑자기 흙을 털고 일어나 입양을 결심하고 프랑스로 홀로 날아가 함께 살게 된 양부모를 앞에 두고 아빠의 체쥐를 잊지 않으려는 듯 옛기억을 떠올리던 순간.
  당신은 모르실거야.. 라는 노래.


  우니 르콩트의 여행자는 아주 잘 짜여진 구조물이 아니라 얼기설기 틈으로 흘러내리는 빈틈이 여백이 마음 아픈 영화다. 그냥 마구 헤집어 놓는 강한 폭발이 아닌데도, 담담한 진희의 표정과 조용한 카메라 속에 마음이 참 아파온다. 그렇지만 다행인 건, 진희가 다른 세상으로 딛는 발걸음이 그 공기가 무겁지 않았다는 거.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담담한 목소리가 더 울림이 크다. 진희의 여행이 순조롭길 바란다.



'영화는 영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굿모닝 프레지던트(2009.11.15)  (0) 2010.02.26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11.11)  (0) 2010.02.26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2009.10.30.)  (0) 2010.02.14
졸업(2009.10.27)  (0) 2010.02.14
날아라 펭귄(2009.10.25)  (0) 2009.12.26
Posted by 비단구두
l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상세보기



2001 : 스페이스 오디세이 - 이민영 샘이랑 ★★★★☆

인류에게 문명의 지혜를 가르쳐 준 검은 돌기둥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디스커버리호는 목성을 향해서 날아간다. 초현대적인 디자인의 실내 장치와 구조물들, 선장 보우만(David Bowman: 케어 둘리아 분)과 승무원 풀(Frank Poole: 게리 룩우드 분)이 요한 스트라우스의 "푸른 다뉴브"가 흐르는 가운데 편안한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평온하던 디스커버리호에 갑자기 재난이 찾아온다. 우주선 내부에서 일어난 재난은 컴퓨터 할(HAL 9000: 더글러스 레인 목소리 분)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할은 풀을 우주선 밖으로 던져버리고, 보우만까지도 모선 밖으로 끌어내지만 그는 필사의 노력으로 할을 제압한다. 보우만은 마침내 목성 궤도에서 문제의 검은 돌기둥을 발견한다. 그렇지만 그 순간 우주의 급류에 휘말리게 된다.

  이때부터 보우만이 지구로의 귀환을 노력하고, 신비한 시간의 흐름을 경험하다. 지구에 돌아온 보우만은 임종을 맞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숨을 거두는 보우만이 마지막으로 가리키는 곳에 검은 돌기둥이 보이고 이제 막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태아의 모습이 보인다. 그 태아는 새로 태어나는 보우만 자기 자신이다.

4단원의 제목

The Dawn of Man 인간의 개벽시대
Early ape men become endowed with their first intelligence after experiencing a black monolith.
원시유인원은 검은 기둥의 신비한 기운을 부여받으며 지능이 발달되기 시작하다.

(The Lunar Journey in the Year 2000) - untitled 2000년 달 여행
Eons later, a similar monolith is discovered on the lunar surface in the 21st century.
수백만년 뒤 21세기, 유사 모노리쓰가 달의 표면에서 발견되다

Jupiter Mission, 18 Months Later [(in 2001 or 2002)] 목성탐험 18개월 후(2001 또는 2002년)
An 18-month journey to Jupiter.
18개월의 목성으로 우주여행

Jupiter and Beyond the Infinite 목성과 무한시간대
An experience in another time and dimension.
다른차원의 시간과 공간의 경험

===========================================================================================

  굉장히 느리고 조용하고 긴 서사시같은 영화. 스탠리 큐브릭이라는 미술에도 조예가 깊었다는 이 감독은 거의 현대미술과 같은 영화를 만들었다. 혼자 봤으면 이해하지 못했을 우주선의 모양이 정자를 닮았고 난자 안으로 들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는 것, 우주선 안의 장치나 소도구도 심플하고 현대적이구나 정도만 생각했을텐데 민영샘이랑 같이 봐서 그런 것까지 볼 수 있었다.
  어릴 적 원시인들이 느린 화면으로 다큐멘터리처럼 그려지는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있다. 몇 분 보다가 너무 지루해서 잠들었던. 그러나 영화는 그 조용하고 느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먼 미래의 인류의 모습을 그린다. 컴퓨터가 우주선을, 아니 인간을 조종하는 놀라운 과학의 발달. 그러나 결국엔 컴퓨터에 의해 인간의 존엄이 무시되고 결국 기계의 힘이 아닌 사람의 힘으로 우주에서 살아남는 주인공의 모습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너무 기계에 의존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 주인공이 다시 태아가 되어 지구로 돌아오는 장면은 발전은 곧 본연의 순수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진화란 무엇인가 싶은 철학적인 문제까지도 건드린다.
  
  영화를 보는 눈이 깊지 않아 많은 것이 정리가 되지 않은 채로 쓰고 있어 아쉽지만, 언젠가 꼭 다시 보고 새겨보아야 할 영화다. 경이로운 작품.  채우샘이 왜 큐브릭을 존경하는지 알겠다. 이젠.

'영화는 영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11.11)  (0) 2010.02.26
여행자(2009.11.08)  (0) 2010.02.14
졸업(2009.10.27)  (0) 2010.02.14
날아라 펭귄(2009.10.25)  (0) 2009.12.26
내 사랑 내 곁에(2009.10.10)  (0) 2009.12.26
Posted by 비단구두
l

졸업 상세보기


  졸업 - 광주극장에서 혼자서. ★★★☆

  60년대 미국의 전형적인 남부 캘리포니아 중산계급 출신의 모범생인 만 21살의 벤자민(Benjamin Braddock: 더스틴 호프만 분)이 동부의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부모와 부모 친구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지만 생각이 많고 수줍음을 타는 성격에다 인생의 입구에 선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차있던 벤자민은 순간의 향락을 좋아하는 미국 중산층을 대변하는 미세스 로빈슨(Mrs. Robinson: 앤 반크로프트 분)의 육체적인 유혹에 빠져든다.

  때마침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던 로빈슨 부인의 딸 엘레인(Elaine Robinson: 캐서린 로스 분)이 돌아오고, 로빈슨 부인의 남편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알지 못한 채 벤자민에게 엘레인과 사귀어보라고 권한다. 그렇게 벤자민과 엘레인이 점차 가까워지자 로빈슨 부인은 질투에 눈이 멀어 딸에게 자신과 벤자민의 불륜 관계를 폭로하며 이 모두가 벤자민의 강요 때문이었다고 거짓 고백을 한다.

  엄마의 말을 믿은 엘레인은 절망과 분노를 안고 학교로 돌아가버린다. 벤자민은 엘레인의 학교까지 쫓아가 보지만 로빈슨 부인의 끝없는 방해공작으로 엘레인은 냉담한 반응을 보일 뿐이고, 결국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엘레인의 결혼 소식을 접한 벤자민은 자신에게도 목적이 생겼으며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깨닫고 난생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행동에 나서게 된다. 벤자민은 결국 결혼식장에 들어가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여인을 나꿔채어 도망친다.

============================================================================================

  더스틴 호프만의 어리숙해 보이는 연기와, 어색하지만 풋풋한 젊은 시절을 만나게 한 영화.
  사물을 통한 시선처리가 인상적이었다. 물안경으로 바라보는 세상, 침대에서의 장면 전환 등 당시로서는 정말 획기적인 영화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포스터에 보이는 첫장면도 물론이고, 결혼식 중에 신부의 손을 잡고 뛰쳐나오는 결말 장면은 지금은 흔하디 흔한 스토리지만 얼마나 멋진 장면으로 꼽히기에 그렇게나 많이 리메이크됐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와 함께 흐르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악이 좋은.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그냥 한 청년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것 같지만, 당시 미국 중산층의 위선과 사람들의 시선만을 의식한 의식적인 틀을 깨고 진짜 자기를 찾는, 타인에 의한 삶을 졸업하는 주인공의 선택이 인상적인 작품.


'영화는 영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자(2009.11.08)  (0) 2010.02.14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2009.10.30.)  (0) 2010.02.14
날아라 펭귄(2009.10.25)  (0) 2009.12.26
내 사랑 내 곁에(2009.10.10)  (0) 2009.12.26
호우시절(2009.10.17)  (0) 2009.11.06
Posted by 비단구두
l




  휴먼코메디 ★★★★☆ - 범다영이랑

  가족 / 냉면 / 추적
  빨간코 하나만으로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 서로의 움직임과 리듬을 잘 찾아가는 호흡, 자연스러운 마임이 참 보기 좋았던 작품. 그리고 여섯 배우들의 무한 변신과 순발력, 옴니버스 형식이면서도 사진찍기 같은 유연한 무대전환이 돋보였던 극이다. 어수룩한 컨셉으로 시작해서 완벽한 무대를 보여준 웃음을 주면서도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꽤 괜찮은 작품.

Posted by 비단구두
l
 


  노래하듯이 햄릿 ★★★★★ - 안성희랑

  햄릿을 노래극으로, 코러스극으로, 인형과 탈을 활용한 놀라운 소품극으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조명한 극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니.
  처음엔 공연 시작 20분 전부터 무대 밖에 분장까지 다 하고 서 있는 배우들이 신기했고, 그래서 단역이거나 무대 소개를 하는 도우미려니 했는데, 그 사람들이 바리데기처럼 햄릿을 죽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사자들이고, 극을 끌어가는 주인공이라는 게 놀라웠다. 그 사자들이 햄릿의 일기장을 펴들고, 다시 조그마한 탈 하나를 들고 춤을 추고 움직이며 햄릿이 되고, 햄릿의 어머니가 되고, 숙부가 되고, 오필리어가 되고 1인 4역까지 해내는 것을 보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자유자재로 극 속으로 뛰어들어 격정적인 감정을 노래했다가, 이 인물 저 인물 사이를 넘나들고, 탈 하나에 온 감정을 실어내고, 멋진 몸짓에 노래로 관객을 휘어잡았다가 다시 슬그머니 관객과 농담따먹기를 하는 편안한 광대로 돌아가는 그들이 진정한 광대요 배우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부러웠다. 나도 한 번만 그렇게 자유롭게 새롭게 즐겁게 무대 위에서 놀아봤으면 좋겠다.

  햄릿의 유쾌하고 극적이고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역설적이고 현대적인 재발견, 멋졌다. 뛰다!


 
Posted by 비단구두
l
날아라 펭귄 상세보기



날아라 펭귄 ★★★★★ - 범다영이랑

9살 승윤의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승윤엄마, 또래의 다른 아이들을 보면 어쩌면 승윤이를 지금 보다 더 많은 학원에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된다. 아직 어린 아들을 지나치게 몰아세우는 아내가 못마땅한 승윤아빠도 가끔씩 승윤이와 놀아주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는 현실이 갑갑하다.

 채식인에 술은 입에도 못 대는 신입사원 주훈에게 자신을 유별나다고 생각하는 선배들과의 회사생활은 그리 만만치 않다. 화끈한 성격으로 선배들과 잘 어울리던 주훈의 입사동기, 미선도 회사복도에서 흡연을 들킨 이후 선배들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아이들과 아내 없는 일상이 서글프지만 그들을 위해 쓸쓸히 빈집을 지키는 기러기 아빠 권과장. 가끔은 너무 외롭기도 하지만 우연히 만난 딸의 친구로부터 부럽다는 말을 들으면,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더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힘을 낸다.

 늦은 나이 큰 용기를 가지고 운전면허를 따온 날, 차를 팔아버린 남편을 보며 더 이상 권위적이기만한 남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심한 송여사. 그녀의 이혼요구에 당황스럽고 또 혼자 살아갈 일이 걱정도 되는 권선생. 그렇다고 50년 넘게 지켜온 자존심을 쉽게 꺾을 수는 없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게 그려내며, 차이를 다름으로 인정할 수 있는 사회를 소망하는 영화 <날아라 펭귄>은 우리 모두의 오늘의 문제를 따스한 시선과 유쾌한 웃음으로 그려낸다.

==========================================================================================

  임순례 감독의 인권영화. 인권위원회가 만들어낸 첫 장편영화.
  사교육에 찌들어 마음껏 날지 못하는 놀고 싶은 욕구마저도 거세된 아이들, 채식주의자라는 이유로 남자답지 못하고 가탈스럽다 생각하고, 직장이라는 공동체 소외되어 가는 소수의 취향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영어교육 열풍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미국으로 다 보내고 아빠로서 남편으로 살지 못하고 외로이 말라가는 기러기 아빠의 삶, 평생을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살다 할머니가 되어버린 지금에서야 자신의 행복을 찾아 곰국을 끓이는 어머니와 돈만 벌어다 주고 권위를 세우느라 자신의 감정조차 솔직히 표현하지 못했던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개인적으로는 문소리가 약간 뜨는 듯했지만) 공감가는 에피소드와 구성이 좋았던.
  그런데, 서울 한 복판의,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라 인권영화라 하기에는 왠지 인권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영화다. 너무 평범하고 판에 박힌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중산층의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으려 한 걸까?



'영화는 영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2009.10.30.)  (0) 2010.02.14
졸업(2009.10.27)  (0) 2010.02.14
내 사랑 내 곁에(2009.10.10)  (0) 2009.12.26
호우시절(2009.10.17)  (0) 2009.11.06
블루맨션(2009.10.10)  (0) 2009.11.06
Posted by 비단구두
l

내 사랑 내 곁에 상세보기



내 사랑 내 곁에 ★★★☆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진언니랑

몸이 조금씩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종우(김명민).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던 날, 종우는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자란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와 운명처럼 재회하고 사랑에 빠진다. 1년 뒤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의 신혼보금자리는 바로 병원. 종우는 숟가락 하나 손에 쥐는 것도 힘겨운 처지지만 늘 곁을 지켜주는 아내 지수가 있어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누구보다 투병의지가 강하다.

 전신마비나 식물인간 상태의 중환자들이 모인 6인실 병동. 비슷한 아픔을 지닌 병동 식구들과 서로 격려하고 위로 받으며 지내는 사이 회복세를 보이는 환자도 수술의 희망을 찾게 된 환자도 하나 둘 생겨난다. 그러나 종우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만 가고, 병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투병의지를 불태우던 종우도 하루하루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지켜보는 게 점점 더 두려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언어장애가 시작되는데…….
===========================================================================================

  김명민, 하지원이 만든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의 이야기.
  사랑을 시작하는 방법은 이기적이었지만 사랑을 하는 순간만큼은 당당하게 표현하고 솔직할 줄 아는 멋진 남자. 루게릭만 아니었어도 삶을 즐기고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선천적으로 남을 위해 희생하는 법만 배워온 여자. 자신의 손을 예쁘다고 말해 주는, 치부까지도 사랑해 줄 사람이라고 생각한 순간 상대의 죽음까지도 사랑으로 감싸안는 놀라운 여자.
  그렇게 만난 둘이 너무도 힘들게 온전히 내주었던 사랑마저도 마구 몰아가는, 피와 살을 말리고 기억까지 흐트러놓는 루게릭에 대한 이야기다.

  왜 나는 이렇게 오래 앓는 영화를 보며 울었던 걸까. 기가 막혔을까, 속이 상했을까. 그런 그들마저 부러웠던 걸까. 하지원의 연기가 가끔 뜬다고 생각이 되면서도 그렇게 따지지 않고 선뜻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랑이 부러웠던 영화.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아낌없이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이.

'영화는 영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졸업(2009.10.27)  (0) 2010.02.14
날아라 펭귄(2009.10.25)  (0) 2009.12.26
호우시절(2009.10.17)  (0) 2009.11.06
블루맨션(2009.10.10)  (0) 2009.11.06
세 자매(2009.10.10)  (0) 2009.11.06
Posted by 비단구두
l
호우시절 상세보기



  호우시절 ★★★★ - 송이랑 송이 친구랑

  건설 중장비회사 팀장 박동하, 중국 출장 첫날, 우연히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미국 유학 시절 친구 메이와 기적처럼 재회한다. 낯설음도 잠시, 둘은 금세 그 시절로 돌아간다. 키스도 했었고, 자전거를 가르쳐 주었다는 동하와 키스는커녕, 자전거는 탈 줄도 모른다는 메이. 같은 시간에 대한 다른 기억을 떠 올리는 사이 둘은 점점 가까워 지고 이별 직전, 동하는 귀국을 하루 늦춘다. 너무나 소중한 하루. 첫데이트, 첫 키스,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너무 좋은, 첫사랑의 느낌. 이 사랑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처럼 시절을 알고 온 걸까? 이번엔 잡을 수 있을까?

===========================================================================================

  고원원과 배경인 청두가 살린 영화. 허진호 감독도 좋아하지만, 이 영화에 고원원이 빠졌거나 청두가 배경이 아니었다면? 우리나라 전주 쯤이었다면? 그런 느낌이 났을까? 

 

'영화는 영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날아라 펭귄(2009.10.25)  (0) 2009.12.26
내 사랑 내 곁에(2009.10.10)  (0) 2009.12.26
블루맨션(2009.10.10)  (0) 2009.11.06
세 자매(2009.10.10)  (0) 2009.11.06
천사에게 보내는 편지(2009.10.10)  (0) 2009.11.06
Posted by 비단구두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