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어웨이크닝 ★★★★☆ - 혼자서
2006년 5월 오프 브로드웨이에 첫 선을 보인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브로드웨이의 주요 관객층인 중년들뿐만 아니라 젊은 관객층의 환호를 이끌어낸 특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같은 해 12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다음해 토니상에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션되어 작품상을 비롯한 음악상, 안무상, 극본상 등 주요 8개 부문을 휩쓸며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 제작사 간의 뜨거운 공연권 확보 전쟁으로 이미 공연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이 작품이 드디어 한국 무대에 오른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19세기말 독일 표현주의 작가인 프랑크 베데킨트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시민사회의 본능을 억압하는 교육 속에서 희생되어야 했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1891년 완성되었지만 청소년들의 성문제를 다루고 있어 곧바로 공연되지 못하고 1906년 막스 라인하르트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다. 작가의 주관적인 판단을 중요하게 여기는 표현주의 작품인 만큼 무대는 비사실적이고 장면 이동도 많았다.
당대의 주류였던 시민사회를 비판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주장한 이 작품은 110여 년이 지나 뮤지컬로 만들어지면서도 기본적인 정신은 그대로 유지한다. 억압된 교육 속에서 반항하고 열정을 불태우지만 결국은 파멸하고 마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적이고 기성 사회에 반항할 줄 아는 멜키어는 벤들라를 임신시키고 감화원으로 쫓겨간다. 제대로된 성교육을 받지 못한 순진한 벤들라는 어머니의 비유적인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을 하게 된다. 그녀는 허름한 병원에서 낙태 수술을 받다가 목숨을 잃게 된다. 모리츠는 시험에서 낙제하자 부모님을 실망시킬 것이 두려워 자살을 한다. 이 세 젊은이는 시민사회가 지나치게 개인의 욕망을 억압하고 규제하려는 체계 속에서 불행을 맡게 된다.
던컨 쉬크의 록 음악은 억압 속에 갇힌 젊은이들의 분노를 폭발할 듯한 절규로 담아낸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던컨 쉬크의 음악은 그 어떤 뮤지컬에서보다 동시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크게 구애를 받지 않고 만든 곡들이고 배우들 역시 마치 콘서트 하듯 주머니에서 마이크를 꺼내 노래를 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표현주의적인 정서 때문이다. 작품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환상 장면에서는 젊은이들의 자유롭고 싶은 욕망을 분출한다. 빌 T. 존스의 몸부림에 가까운 독창적이고도 감각적인 안무는 이러한 청소년들의 상황을 몸의 언어로 보여준다.
한국 초연에서 지적이고 도전적인 성격의 멜키어 역에는 최근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는 김무열이, 성적인 호기심으로 가득하면서 불안한 감성을 지닌 모리츠는 조정석이 맡았다. 그리고 성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가 없어서 결국 임신을 하고 죽음을 맞게 되는 벤들라는 신예 김유영이 캐스팅되었다. 이외에도 육동욱, 윤석원, 김동현 등 젊은 배우들과 성인남자 역과 성인여자 역에 송영창, 이미라가 캐스팅 되어 무게감을 잡아준다. 송영창은 교사, 아버지, 신부 등 다양한 역할로 변신하면서 기성세대의 억압된 질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이미라 역시 교사, 어머니 등 성인 여자 역을 도맡으며 청소년들에게 제대로된 교육을 전수하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입장을 대변할 것이다.
아프리카 여행학교 가는 길에 괜찮은 작품 하나 꼭 봐야겠다고 맘 먹고 본 작품.
예전 전교연 대본모둠에서 우리가 함께 고민했던 작품이라 그렇지 않아도 애착이 가던 차에 이미 보고 온 선진언니가 강추하기까지.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었던 작품을 보게 되어 기뻤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고.
19세기 독일에서 청교도적인 사회분위기를 비판하고자 쓰여진 이 작품이 개인의 자유, 욕망을 드러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한참이나 공연이 불가했다고 하는데 게다가 우리가 대본으로 읽었을 때에도 상징이 많고 강한 표현들이 많아 소화가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몸짓으로 형상화해서 무대에 올렸었다.
뮤지컬로 만나게 된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반항아적인 느낌이 잘 살아나는 멜키어 주원의 연기도 좋았고, 신인으로서는 어려운 선택이었을 듯한 당당한 눈빛의 벤들라 김유영도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소심한 희생양 모리츠 조정석은 열정적인 느낌이 좋았고 송영창 아저씨는 자유자재로 배역과 감정을 바꾸어가며 무대를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게 놀라웠다.
그리고 음악들.. 록음악을 결합해서 스프링어웨이크닝의 저항성을 멋지게 살렸다. OST를 사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1층 맨 앞자리를 끊은 호사를 누렸기 때문에 참았다.ㅜ 무대도 환상. 사진으로 찍어오고 싶었지만 제제를 당해서 그만. 암튼 다시 봐도 좋을 공연.